바보가 바보들에게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
장혜민 엮음 / 산호와 진주
택배비를 줄이려 금액을 맞추기 위해 끼워 산 책이다.
민주화 투쟁이 격렬했던 시기에 언론을 통해 스치듯 지나치며 본 것 외에는 김수환 추기경에 대해 아는 바도 없고 특별한 관심도 없었지만 몇년 전 선종 때는 아쉬운 마음이 컸었다.나 개인 뿐 아니라사회적으로분위기가 그랬었는데 무지막지하게 추위가 몰아닥쳤던 장례기간에몇 시간씩 추위에 떨며 줄을 서서 짧은 조문을 하기 위해 기다렸던 인파가 명동에 넘쳐났었다. 아마도비슷한 시기에 시대의 양심, 정신적인 지도자를 잇달아 잃은 슬픔이 컸던 까닭이었을 것이다.
쉽고 진솔하게 씌여진 잠언이 마음에 와 닿는다.미사여구도 없고 지식의 깊이를 가늠케 하는 어려운 말도 없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래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믿음을 이야기하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사랑을 이야기 하고...짧은 글들을 읽으면서 민주화 투쟁의 시기에 추기경이 보여준언행이 무엇에 기인한 것인가를 알 수 있었다.
작년과 올해에 이어지는 내가 속한 교회의 분쟁, 요즘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중들과 진보정당의 행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정신적인 지도자, 스승이 없는 것이 큰 비극이라는 생각이 든다.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
예수님은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라는 율법교사의 물음에 착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사람이 길에서 강도를 만나 가진 것을 모조리 빼앗기고 두들겨 맞아 반쯤 죽은 상태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누가 이 가엾은 사람을 도왔나요. 사제와 사제족에 속하는 레위 사람은 그냥 지나쳤습니다. 이 두 사람은 성전에서 하느님께 기도나 제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을 겁니다.
한 사마리아 사람이 그를 보고서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나귀에 태워 여관으로 데려가 보살펴 주었습니다. 사마리아인은 선민사상을 갖고 있는 유다인한테 멸시를 받던 이방인이었습니다.
이 비유는 굉장히 의미있는 말씀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모든 율법은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여라' 하신 이 한마디 말씀에 요약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노동운동에 대해 잘 아는 게 없는 나로서도 기업주와 정부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 '기계' 취급 받는 노동자 편을 든 것은 그들이 강도를 만나 쓰러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기업주와 경찰의 폭력과 허위조작에 쫓겨 울면서 성당을 찾아온 여공들을 내친다면 사제나 레위 사람의 행동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그들과 고통을 나누는 것은 노동문제 개입이 아니라 바로 사마리아인이 보여준 이웃사랑입니다.
다시 온라인 서점에 보니 김수환 추기경의 잠언집이 5권으로 출판이 되었나보다. 일부러 더 사서 읽을 것 같지는 않지만 또 택배비 때문에 금액을 맞추어야 한다면 그때 사게 되지 않을까...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철수의 생각 (0) | 2012.08.07 |
---|---|
화 (0) | 2012.07.04 |
지란지교를 꿈꾸며 (0) | 2012.05.02 |
메모 77 - 꽃중년 프로젝트 (1) | 2011.12.27 |
메모 76 - 피부는 다시 젊어질 수 있다 (1) | 2011.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