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필요한 시간
어제 #연이가 울며불며 전화를 했다.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불과 며칠 전 만났을 때 몸은 날마다 더 건강해져 간다고 했었는데 갑자기. 저도 졸지에 당한 일이라 어쩔줄 모르고 허둥대는 느낌이 전화를 통해서도 전해져 왔다.
일요일에 엄마한테 갔었고 월요일에 엄마랑 통화하면서 엄마가 억지소리 하는 통에 짜증을 냈고 화요일에는 화가 안풀려서 전화 통화를 건넜는데 수요일 낮에 갑자기 돌아가셨다?! 미연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기막힐 일이다.
지난번 사인사색이 만났을 때도 미#이 엄마가 너무 오래 사시면 어쩌나, 미#이의 인생은 어쩌나 드러내지도 못하고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돌아가셨고 #연이와 동생들은 충격을 받았다. 아침에 엄마얼굴 보고 출근했다는 동생조차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으니..
어제, 장례식장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 이별에 시간이 필요하구나. 그 시간을 원하는만큼 원하는대로 가질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이 꼭 필요하구나. 얼마 전 남편을 잃은 #옥씨는 이별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가졌던 것이 참 다행이었다고 했는데. 함께 지냈던 시간을 이야기하고 남아야 할 사람들이 살아갈 시간을 이야기하고 고맙다, 미안하다, 당신은 나한테 미안해 해야 돼 하는 솔직한 얘기까지 주고받은 시간이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고 했었다.
그래서 노인들이나 늙은 부모를 둔 자식들이 삼일쯤, 일주일쯤, 혹은 한달쯤만 아프다가 돌아가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겠지. 이별할 시간이 필요해서. 마지막 인사를 나눌 시간이 필요해서. 화해할 시간이 필요해서.
살면서 많은 이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아니 많은 이별을 만나게 될 지 한 두번의 이별로 끝일지는 모르지만 - 내가 오래 산다면 많은 이별을 만날 것이고 내가 일찍 죽는다면 한 두번, 혹은 단 한번의 이별도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 어떤 이별을 하든 시간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것은 모든 사람의 바램일 뿐 실제로 #옥씨처럼 아름다운 이별은 쉽지 않겠지. 그저 살아 있는 동안에 늘 곧 이별할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인데...
오늘 안암동 장례식장에 가면 사람들 마음과 무연하게 단풍이 고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