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le tree 2012. 11. 1. 19:58

 

우울

 

요 며칠 연희 만난 것 때문에 기분이 좀 업 되어 있었는데 오늘 저녁부터 갑자기 우울감이 밀려온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해가 지고 거리가 어둑어둑해져서 그런 거 같다. 요즘은 계속 환할 때인 오후 4시 반을 지나면 운동을 하러 갔다가 깜깜해지면 사무실로 돌아와 가방을 챙겨들고 퇴근을 했는데 오늘은 문제가 좀 생겨서 4시 반을 훨씬 넘겨 6시가 다 되어서 운동을 가게 되었고 덕분에 해가 지는 거, 해가 져서 어두워지는 과정을 사무실 창으로 지켜보게 되었는데 아마 그래서 그런 것 같다. 꼭 가을이 깊어지는 계절에는 해지는 것이, 어두워지는 것이 우울을 몰고 오고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가능하면 해가 지기 전에 운동을 가야겠다. 헬스클럽은 밖이 안보여서 해가 뜨는지 지는지 모르니까. 아예 깜깜해진 다음엔 오히려 덜한데 해지고 어두워지는 거리는 이상하게 우울해.. 그리고 전에는 우울한 것도 즐겼는데 나이탓인가 이제는 우울한 게 싫어져.

 

 

살짝 후회가...

 

어제 오늘 친구들에게 연희 만난 얘기를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지금까지 무슨 대단한 일이 있었어도 그래본 적이 없었는데 엊그제 연희를 만난 사건은 내게 너무나 큰 사건이었나보다. 얘기를 읽은 친구들도 놀라워 하고 축하해주기도 하고. 기분이 업되어, 얘기하고 싶어서 블로그 페이지를 보내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살짝 후회가 든다. 머, 친구들 반응으로 봐서는 카톡으로 보내서 그런지 내 블로그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그 페이지만 보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 언 놈은 누가 쓴 글이냐고 물어왔고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는 친구도 있는 듯하다. 오히려 다행이다.

 

사실 이곳은 내 일상과 내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서 자신의 얘기를 우연히 여기에서 본다면 어떨까 염려스럽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누가 들어오는지 몰라도 별이가 이곳을 들어올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파란 블로그를 쓸 때 별이 여자친구도 내 블로그를 알고 있었고 지금 티스토리로 이사왔지만 파란의 내 블로그를 들어가면 자동으로 이곳으로 들어와지므로 별이가 드나들 수도 있고 별이아빠도 내가 블로그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므로 나도 막쓰지는 않았을테고 남의 일기장, 낙서장을 보는 거라 이해를 하고 본다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짝 후회가 들긴 했는데 눈치를 보아하니 친구들은 어느 게시판에 올려진 일회성 에피소드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나처럼 인터넷, 카페, 블로그와 친한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 다행. 뭐, 관심을 갖고 들어오면 또 어떠랴. 열린 공간에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가 읽는 것을 전제로 하고 쓰는 글일터. 다만 내가 글을 재밌게 쓰는 것도 아니고 다같이 나눌 수 있는 주제로 쓰는게 아니라는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