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정순이와 미화를 만났다. 한국에 들어왔다고 만나자는 정순이의 전화를 받고 미화에게 연락을 해두었다. 조금 이른 점심시간에 만나 점심을 먹고 커피전문점에서 정순이 남편이 맛있다고 했던 밀크티와 커피, 조각케익 등을 먹으면서 얘기를 하다가 본래 한국에 들어온 이유인 은행 볼일을 보느라 네 군데의 은행을 같이 돌아다니면서 해결을 하고 보니 마지막 은행은 명동 신세계 옆 제일은행. 거기에서 택시를 타고 사무실로 와서 커피를 마시며 한참을 이야기했다.
정순이는... 아이들을 위해 미국을 갔지만 누구나 그렇듯 그렇게 녹록한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이가 얼마나 상처를 받고 마음이 아팠을까. 아니 아이보다도 - 아이는 눈 앞만 보게 될테니 - 그 아이를 바라보는 정순이 부부는 얼마나 속이 타들어갔을까. 어떻게 그 시간들을 견뎌냈을까. 인고의 시간이라는 말이 그런 때 쓰는 말일 것이다. 아직도 모든 상황이 끝났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나아지는 시기인 것 같아 다행스럽다.
정순이네 문제는 모두가 정순이처럼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정순이만 (혹은 소수의 부모만) 아이를 바르게 키워낸데 이유가 있었다. 아, 다들 그렇게 배려하고 생각이 깊게 잘 키워내야 하는데... 이건 정상이 비정상인 것 같고 비정상이 정상인 것 같은 세상이다. 지금은 아이도,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도 모두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지만 세월이 흐르면 그 괴롭던 사건과 시간들이 아이를, 부모를 자라게 한 거름이고 정금으로 만드는 단련의 시간이라는 것을 평온한 마음으로 돌아볼 때가 올 것이다. 그때까지 잘 견디고 잘 자라기를...
미화는 여전했다. 자기는 말이 없고 조용하다지만 말도 많고 어찌나 시끄럽고 유쾌한지. 하하.. 하긴 뭐, 지금 말하는 사차원의 원조쯤 되는 친구였으니까. 평소에는 미루면서 만나지 않다가 정순이가 온 덕에 생각이 나서 함께 만났다. 같이 중학교 친구들 찾아 모임도 만들고 여행도 하자고 한다. 그 시절이 좋았었지. 그때의 친구들이 좋았었지. 아름다운 시절, 맑은 시절..
출국 전에 한 번 더 보자고는 했지만 스케줄이 어찌될른지... 확정은 못하고 서로 연락하기로 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