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친구들
연 2주간 이어지는 약속이 힘들다고 푸념을 하고는 드디어 하루 쉬겠구나 생각을 했는데 점심에 금자가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정훈이와 같이 점심을 먹자는데 정훈이 바쁘니까 충무로 올 일 있으면 우리끼리 먹자고 했더니 일찌감치 왔다. 점심먹고 사무실로 와서 커피를 마셨다. 누추한 사무실이래도 나는 우리 사무실에서 커피마시며 얘기하는게 편하다. 미리 P님한테도 후배가 오니까 점심드시고 놀다 오라고 얘기를 했었다. 금자의 시끌시끌하고 유쾌한 수다를 듣다가 오후에는 급하게 일이 들어와서 일을 하니 금자는 스맛폰 게임을.. -.-;; 와중에 병이에게 한 잔 하자는 전화가 오고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금자도 일어나지 않고 그냥 혼자 게임하면서 잘 놀고 있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먹었더라면..하는 생각.
영숙에게 연락해놓고 대권이에게 카톡 한 줄 보내놓고 일하다가 운동은 못가고 일찌감치 퇴근했다. 집에 좀 일찍 들어갈 생각에 5시 30분에 충무로로 오라고 했기 때문에. 은성장에서 모듬수육과 술을 한잔 하고 나왔는데 그냥 가자고 하기는 미안한 상황이라 커피전문점에 갔다. 여자 둘은 커피를 시키고 병이와 나는 작은 맥주 3병을 시키고는 전날 효숙이랑 여럿이 앉아 먹었던 자리라 인증사진 생각이 나서 우리도 찍자고 히히덕 거리며 셀카 사진을 찍는데 카톡 확인도 안하던 대권이가 연락을 해왔다. 이제야 확인했다며. 인증사진 보내줬더니 오겠단다. 늦은 시간도 아니고 다른 때 같으면 오는 것이 반가울텐데 일찍 가고 싶은 생각에 잠시 갈등하다가 다른 친구들의 뜻을 따라 오라고 했다. 차를 가져와서 맥주 한 잔 하지도 못하지만 친구들이 좋다고 달려온 대권이가 이쁘긴 이쁘지. 내가 좋아하는 밀크티를 시켜주고 뺏어 먹는 얌체짓을..
작은 맥주 3병, 내가 한 병 병이가 두 병을 먹는데 병이에게 그건 병아리 오줌만큼이지. 후딱 먹어치우고 생맥주도 있다는 걸 확인하고 한 잔 시켰는데 그 잔이 이쁘다고 탐을 낸다. 바로 위에 CCTV가 있음에도 나오면서... 어쨌는지 여기에 쓰면 안되겠지.
대권이가 오고 대권이를 포함한 인증사진을 새로 찍고 잠시 수다를 떨다가 일찍 일어났다. 다른 친구들은 아쉽겠지만 내가 서둘렀다. 전철을 타겠다는 걸 부득부득 차를 타라고 해서 일찍 헤어지는데 차 안에서 수다라도 떨자 싶어 대권이 차를 탔다. 병이는 상계동까지 가서 한 잔 더 하자고 하다가 명륜동에서 내리고 대권이가 집에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걸 금요일이라 길도 막히는데 상계동까지 데려다주고 너 다시 집에 가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돌아오는 길은 심심할거라면서 돈암동에서 내려달라고 졸라서 돈암동에 내렸다.
아, 사실 대권이가 멀리 다녀오는 것이 힘들거라는 생각도 있긴 했지만 그보다는 내가 너무 집에 늦게 도착한다는 것이 솔직한 이유였다. 세상에 전철보다 빠른게 없다. 돈암동에서 전철로는 30분이면 집에 가지만 대권이 차로 간다면 한 시간은 걸려야 하고 또 대권이는 그만큼 시간걸려서 다시 또 나와야 하니까. 조금 아쉽게 헤어지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4킬로 쪘다는 대권이 얼굴이 보기 좋았다. ^^
한 잔 생각이 나서건 보고싶어서건 찾아주고 달려와 주는 친구가 있는 것이 참 감사하다. 다음부터는 아무리 피곤해도 부담이 되어도 언제든 반갑게 맞아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