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송년회
선거 전날, 안과 박이 회동했다는 정동의 그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가보니 덕수궁 돌담길을 돌아서 바로 그곳에 있었다. 반대편 돌담길은 여러 번 지나가보고 걷기도 했는데 이쪽 돌담길은 생전 처음이다. 아담하고 낮은 건물에 식당이 지하였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깔끔한, 평소같으면 조용할만한 곳이었다. 다만 우리가 갔던 날은 송년회 팀이 많아 건배소리 요란했지만 그래도 일반 식당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바로 옆에서 박이 마지막 유세를 하는 덕에 길이 막혀 M은 약속 시간에 조금 늦었다. 그나마 차를 버리고 뛰어온 덕에 그 정도 늦은 것이지 끝까지 차로 올 생각을 했다면 늦어도 한참 늦었을 거라고 했다. 식사는 한정식. 깔끔하고 양은 적은데 나오는대로 먹다 보니 배가 불러 마지막 식사는 남겼다. 술은 이 멤버가 만날 때마다 마시는 매취순. 역시 술과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라 다섯이 한 병이다. 이런 비싼 식사에서는 술은 최소한 각 일병은 해줘야 하는건데. -.-
금박으로 각자 이름을 새겨넣은 수첩을 하나씩 받고 탁상카렌다와 남성용 화장품세트를 받았다. 오늘은 송년회니 다음은 이태원 베이징덕 잘하는 식당에서 만나 신년회를 하잔다. M의 차에 같이 타고 오다가 성신여대역에서 내려 전철을 탔다.
M은 요즘 술자리 때문에 힘들어서 얼굴이 좀 안된 거라고는 해도 좋아 보였다. 지현이도 방학하고 집에 와 있고. 지현엄마는 신이 나 보였다. 만날 때마다 주로 하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미연이 엄마 돌아가신 얘기가 나왔는데 M 부부가 놀라면서 연락을 좀 주지 그랬느냐고 한다. 그게.. 나도 생각을 안했던 건 아닌데 연락을 해야 할 상황인지 아닌 상황인지 판단이 안되어서 안했던 것이지. 바쁜데, 그닥 갈 상황이 아닌데 연락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 그런 상황이 될 때마다 고민과 갈등에 빠진다. 이건, 동창 모임에서 특히 심하게 느꼈었다. 난 그런 상황이 제일 판단하기 어려워.
어쨌든 잘 나가는 친구 덕에 안과 박이 회동하는 곳에서 저녁도 다 먹어보고. 그런데 정말 너무 건조해...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