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년 만의 휴무
반 년만에 일요일에 쉬었다. 앞으로 한 달에 두 번 정도 쉴 거라고 하는데 정말 그럴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나로서는 그닥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모처럼 휴일에 그동안 못했던, 일요일에 만나는 친구들을 만나보자 생각하고 연락을 해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점심먹고 차마시고 수다떨고 헤어져 집에 돌아와서는 P님 댁에 가서 김장김치 한 통을 얻어오고 술빵도 찌고 저녁은 두부김치를 해서 먹었다. 어쩌다 집에 있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집안 일은 해도 끝이 없고 표시도 나지 않는다. 만들어서 먹고 설겆이하고 나면 다시 원상태. 뭘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종일 주방 앞을 떠나지 못한다. 그렇다고 요리를 잘해서 그럴듯한 것을 만들어 먹는 것도 아니고. -.- 아마 설겆이 그릇 하나 쌓아놓지 못하는 내 성격과 빠르지 못한 손 때문인 듯하다. 뭘 준비하고 설겆이하고 차리고 설겆이하고 먹고 설겆이하고.. 종일 물 틀어놓고 설겆이하면서 또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리는가. 이런...
저녁 늦게 별이아빠가 커피를 마시려기에 나도 한 잔 달래서 먹었더니 자다가 화장실 때문에 깼다. -.- 늦게 차 마시지 말아야겠다.
아침에는 6시에 잠 깨서 핸드폰으로 라디오를 켜놓고도 10분만 10분만 하다가 7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월요일 아침이 제일 일어나기 힘들어서 그 이유가 주말에 일을 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오늘 보니 그게 아닌듯. 그냥 게으름인 것 같다. 오늘은 날도 많이 풀렸으니 춥다는 핑계도 안맞고...
기대했던 반 년만에 쉬는 일요일이었으나 지나고보니 평소와 별다른 걸 느끼지 못하겠다. 그저, 오랜만에 친구들과 점심 먹은 것 외에는 쉰 것 같지도 않고. 다음부터는 휴무일엔 이른 예배 드리고 등산을 가는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