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고민중..

little tree 2013. 2. 5. 15:39

 

 

 

지난 일요일, 교회에 갔더니 사순절 기간 중 세가지 행사에 대한 안내장을 준다. 하나는 성경통독을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책 1권을 읽고 난 후 독서토론, 마지막 하나는 신앙유적지 순례다. 세가지 모두 회비는 1만원인데 통독은 총 6회, 독서토론은 2회의 모임이 있고 유적지 순례는 3월 9일이나 16일 2회중 1회를 선택해서 소풍가듯 따라가면 되는 모양이다.

 

안내장을 받아들고 한 번 훑어본 순간, 나는 성경 통독에 눈이 갔다. 독서토론은 그닥, 유적지 순례는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니 무엇을 하더라도 같이 진행할 수 있는 것이고. 40일동안 신구약 성경을 읽는다는 게 구미는 당기는데 자신이 없다. 그런데 고민할 시간이 별로 없네. 당장 2월 12일에 첫 모임이 있고 13일부터 읽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 내가 읽는 책은 '읽고 또 읽고'의 월든과 조화로운 삶, 그리고 지하철에서 잠깐씩 스마트폰으로 읽는 성경이 전부다. 서점에 나가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읽고 싶은 책도 많고 관심가는 분야가 있어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와는 또 다르게 내 인생에서 필요한 책은 별로 없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 그러니까 나는 "한 손에는 성경, 또 한 손에는 신문" 이라는 생각과 "월든과 조화로운 삶, 내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성경 이외의 다른 책은 내게 필요 없다"는 두 가지 생각이 때에 따라 엎치락 뒤치락한다.

 

사실 새로운 책을 읽고 내 것으로 만들기에는 어쩌면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 읽을 때는 이해도 하고 공감도 하지만 읽고 나서 일주일만 지나면 별로 남는 것이 없다. 근래에 읽고 괜찮다고 생각해서 두어번 씩 읽었던 책들도 그런 내용이 있었지... 하는 정도로만 머리에 남았을 뿐 남에게 소개하거나 설명해줄 형편이 못된다.

 

어쨌든 뜻하지 않게 받은 안내장 - 이 교회는 해마다 이맘 때는 이 행사를 한다고 하는데 籍도 없이 이 교회를 드나든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알지 못했다 - 이 내 마음을 흔든다. 일 년에 한 번 성경 전체를 한 번 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해마다 한 번씩 그럴 수 있다면 정말 괜찮은 일인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모태신앙이라고 하지만 내가 성경을 신경써서 통독을 한 것은 두, 세번쯤. 나머지는 내가 읽고 싶은 부분만 선택해서 읽기 때문에 66권 중 어떤 부분은 수도 없이 많이 읽고 어떤 부분은 두, 세번 성경 통독할 때 읽은 것이 전부다. 평소에 손이 가지 않는 부분까지 전체 일독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예배 끝나고 나오는 길에 접수처에 가서 물어봤다. 40일간 성경통독을 하려면 하루에 얼마나 읽어야 하는가고. 안내하는 사람이 1시간 30분을 읽으면 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1시간 30분. 단순히 생각하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닐지 모르지만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40일간 1시간 30분 동안 재미없는 - 가끔은 재미있는 - 책을 읽어야 한다는 얘기다. 어쩌다가 하루 미루면 그 여파가 수습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 것이다.

 

만약에 이번에 도전하게 된다면,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면 해마다 한 번씩 있는 이 행사에 계속 참석하면 좋을 것 같다. 성경은 분량도 많은데다가 쉽지 않은 글이라 전체를 한 번 읽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인데 이런 기회가 있을 때 참여해서 힘들게라도 한 번 하면 좋기는 하겠는데... 

 

아아, 어쩔까 나는 지금 고민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