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내 스타일

little tree 2013. 3. 11. 14:34

 

해마다 생일 선물 하나씩 사주던 P님이 올해도 쓸만한 옷 하나 사라고 한다. 그러나 P님은 늙어가면서 점점 짠돌이(P님 죄송 ^^;;)가 되는 통에 전보다는 마음에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좀 저렴하게 옷을 사야겠다 맘 먹고 가까운 아울렛에 가봤다. 역시 사려고 맘먹고 가니 맘에 드는 것이 있다. 그것도 두 가지나!! 입어보니 어쩜 그리 나한테 잘 어울리는지. 꼭 나를 위해 만들어 놓은 옷 같다. 그러나 값이 비싸. 둘 다 십만원 정도씩 싸면 뭐든 하나 살텐데...

 

백화점도 둘러봤다. 오오~ 정말 내 눈에 드는 옷 하나! 딱 내 스타일! 입어보니 역시 잘 어울린다. 그러나 가격은 먼저 본 두 가지보다 훨씬 비싸. 내가 부자라면 척~ 사서 입을텐데.. 이런 옷은 아울렛 매장으로 흘러나오지도 않을터, 영원히 빠이빠이..ㅠㅠ

 

세 가지 중 하나가 가격이 30만원 정도로 제일 저렴했는데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도 나오지 않고 다른 두 가지만 사진을 찾았다.

 

 

 

 

아울렛에서 본 이 옷은 네이비, 레드, 카키, 베이지 4가지 색깔이 있었다. 내 눈에 예쁜 색은 카키였으나 입었을 때는 그저 그랬다. 혹 산다면 네이비나 레드를 사야 될 것 같다. 옷만 따로 찍은 사진이 있음 좋은데 브랜드 페이지에 가보니 화보로만 나와 있어 아쉽다.

 

 

 

 

백화점에서 입어본 이 옷은 정말 맘에 들었다. 맘에 드는 크기와 옷의 가격이 비례..한다는 것이 함정. 사진을 찾지 못한 옷도 딱 이런 색이었고 눈에 띄는 것들이 다 이렇게 기본색에서 약간 다른 (아주 조금 튀는 듯한) 그런 색이다.

 

선물 받기에 부담 없는 가격의 옷들도 많았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는게 문제. 디자인이 문제거나 색깔이 문제거나 옷감이 문제거나. -.- 옷을 구경하면서 그동안 생각해 본 적 없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무언가 생각하게 되었고 정리가 되었다.

 

한 두 해 입고 팽개치는 그런 거 말고 오랫동안 두고 입을 수 있는 '기본' 스타일을 내가 좋아하는 것 같다. 허리를 묶어서 몸매를 드러내는 것은 일단 제끼고 색깔은 진한 색. 어둡든 밝든 확실하게 진한 색이 좋다. 후들거리는 천은 두번 눈길 주지도 않는다. 적당한 무게감이 있어야 하고 각이 잡힌 옷을 눈여겨 본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내게 어울린다.

 

지금 입고 있는 반코트는 없어진지 오~래된 미아신세계에서 산 옷이다. 2003년에 샀으니 만 1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내 맘에 들고 아직도 예쁘다,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는다. 그 해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 옷을 샀던 날, 초등 모임에 처음으로 참석했었기 때문이다. 무거운 쇼핑백을 들고서... 언젠가 사인사색이 만났을 때, 시장다니기 좋아하는 그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이 옷이랑 비슷한 스타일이 있으면 무조건 사와!" 정말 어디서 비슷한 옷을 보면 꼭 사고 말 것이다.

 

내 스타일이 정해진다는 것은 사람이 고정되는, 틀을 만들어 자신을 가두는 것 같기도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편안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잘못된 선택을 최소화해서 경제적인 손실을 지지 않는 것이기도 하고. 옷을 사지는 못했지만 평소에는 하지 않던 옷에 대한 생각, 옷을 보는 내 시선을 점검하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