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바울
차별과 불평등의 장벽을 넘어서
살림지식총서 377
김호경
어릴 때부터 성경은 흠이 없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배웠다. 조금 자라고 나서야 하나님이 직접 쓴 것이 아니고 성경마다 기록한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모태신앙인 내 어릴적 신앙은 신화적 신앙이었던 것이다. 옛날옛날에~ 하는 옛날이야기같이.
신약성경을 읽다보면 예수의 행적, 그가 하신 말씀을 기록한 복음서를 읽을 때와 바울이 쓴 서신을 읽을 때는 느낌이 좀 다르다. 유태인이 아닌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한, 기독교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고 이방인인 나에게는 정말로 감사한 인물인데도 그의 서신을 읽다보면 왠지 약간의 반발심 같은 것이 들었다. 그래서 바울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는데 마침 검색중에 이 제목이 보이기에 구입을 해서 읽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오래 전, 2005년 전후로 바울이야기라는 책을 읽은 것 같은데 그 책은 내 이런 바램에 도움을 주지 못했는지 불편한 마음은 여전하고 그 책의 내용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
책의 표지를 보면서, 소제목을 보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차별과 불평등? 그것이 바울과 무슨 상관? 바울은 태어날 때부터 로마시민권자로서 기득권자였는데? 하는 생각... 그러나 책을 읽다보니 이해가 되었다. 바울은 두 세계, - 로마와 히브리, 이방과 유대 - 속에서 태어나 양 측에서 모두 차별을 받았던,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었던 인물이라는 사실이... 성경을 읽으며 반발이 생길 때마다 서신이 쓰여진 시대와 현재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 생각도 맞았다. 거기에 더하여 세상의 정치나 불합리한 제도를 바울의 힘(만)으로 바꿀 수도 없었고, 예수의 나라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예수의 나라를 추구하는 바울의 소망도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던, 그러니까 현세에서 투쟁할 필요도 의미도 없었다고 할까. 그랬기 때문에 그의 서신에서 세상에 동조하는 듯한, 불합리한 제도를 인정하는 듯한 부분이 있었고 그것이 내게는 반발심을 일으켰던 것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소견머리 없었던 내 생각을 돌아보고 바울에 대해 '아, 그렇구나' 이해하게 되었다. 쉽고도 자세한 다른 책이 있으면 좋겠다. 이 책은 분량이 너무 적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