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스인 조르바

little tree 2013. 8. 5. 13:23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강북문화정보도서관 / 교보도서관앱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장편소설『그리스인 조르바』. 카잔차키스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으로, 호쾌한 자유인 조르바가 펼치는 영혼의 투쟁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인 조르바는 카잔차키스가 자기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꼽는 실존 인물이다.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카잔차키스의 인생과 작품의 핵심에 있는 개념이자 그가 지향하던 궁극적인 가치인 '메토이소노', 즉 "거룩하게 되기"를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의 상태 너머에 존재하는 변화이다. 이 개념에 따라 카잔차키스는 조르바라고 하는 자유인을 소설로 변화시켰다고 말한다.
이야기는 젊은 지식인 "나"가 크레타 섬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다가, 60대 노인이지만 거침이 없는 자유인 조르바를 만나는 것에서 시작된다. 친구에게 '책벌레'라는 조롱을 받은 후 새로운 생활을 해보기로 결심하여 크레타 섬의 폐광을 빌린 "나"에게 조르바는 좋은 동반자가 된다. "나"와 조르바가 크레타 섬에서 함께한 생활이 펼쳐진다.

- 책 소개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헤르만 헤세의 지와 사랑을 생각했다. 어릴 때 읽어서 이해를 제대로 했는지도 모르겠고 읽은지가 하도 오래되어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어쩐지 이 책의 나(보스)와 조르바의 모습에서 골드문트와 나르시스의 분위기를 느꼈다. 지와 사랑, 다시 읽어보고싶다. 다시 읽어보면 어릴 때 얼마나 이해할 수 있었을까를 짐작할 수 있을까. 세월이 오래 흐른 다음에 든 생각이지만 학창시절 자의든 타의든 읽었던 책들, 그 시절에 반의 반이나 이해했을까 싶다.

 

언젠가 이 책을 너무 재밌게 읽었다는 통신친구의 말 한마디, 그것이 이 책을 읽게 만든 계기였다. 기대처럼 처음부터 재밌게 다가와주지 않았고 오히려 여자에 대한 편협한 시선이 불쾌하고 불편했다. 주제는 그것이 아니었을지라도. 읽을수록 빠져드는 매력, 조르바의 매력이 책의 중반을 지나 후반을 달릴 때는 재밌기도 하고 가슴뭉클하기도 하고 그랬다가 마지막 페이지, 내가(보스) 읽게 되는 조르바의 마지막 편지의 뒷장을 넘겼을 때 백지가 나오는 걸 보자 눈물이 쏟아졌다. 소설은 그렇게 내 눈물을 쏟게 하고 끝났다. 내 반응이 정상일까? 내용을 보자면 조르바가 마지막으로 보스에게 보내는 편지(유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눈물을 쏟을 만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무엇이 나를 자극했을까.

 

조르바는 정말 멋진 사람이었다.

 

"나는 말이예요, 저건 터키 놈이구나, 요건 불가리아 놈, 저건 그리스 놈이야. 이렇게 구분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보스, 당신이 들으면 머리카락이 바짝 서버릴 짓도 조국을 위한답시고 아주 태연하게 해치우곤 했어요. 나는 사람 목도 긋고 마을에 불도 지르고 강도짓에 강간에, 일가족을 몰살시키는 짓도 했습니다. 왜냐? 불가리아 놈이거나 터키 놈들이기 때문이지요. 가끔씩은 이런 생각을 하긴 했죠. '염병할 놈, 뒈져버려라. 이 돼지 같은 놈아! 썩 꺼져 버리란 말이야.'

요새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구나, 저 사람은 나쁜 놈이구나, 이렇게 구분합니다. 그리스인이든 불가리아인이든 터키인이든 별 상관 안 해요. 좋은 사람이냐 나쁜 놈이냐 이게 더 문제거든요. 마지막으로 내 입에 쑤셔 넣을 빵에다 두고 맹세합니다만, 나이를 더 먹으면 이것도 그다지 상관하지 않을 거예요.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 그것들이 모두 불쌍하거든요.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이 불쌍한 것! 이런 생각이 들어요. 누군지는 몰라도 이자 역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두려워하겠지. 이 사람 안에도 하느님과 악마가 있고, 때가 되면 죽어서 땅 밑에 누울 테고, 구더기 밥이 될테지. 불쌍한 것! 우리는 모두 한 형제나 다름없습니다. 모두가 구더기 밥이 되거든요. … (후략) … "

 

내가 가끔씩 느끼는 것을 조르바의 입을 통해 들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놈이든 나는 그것들이 모두 불쌍하거든요. 사람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요.

 

책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