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le tree 2013. 8. 5. 15:15

 

 

 

휴가, 생일, 무슨무슨 날... 이런 것들을 쿨한 척 그냥 보내면 지나고 나서 섭섭하고 그렇다고 뭘 하자니 뭘 할 것도 없고 그렇다.

휴가 때마다 파릇한 청소년들을 데리고 수련회를 댕겨오던 아주 오래전 호랭이 담배먹던 시절이 좋았다는 건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에나 깨닫게 되었다. 가을에 부모님 모시고 제주도나 다녀올까 마음먹고 별이아빠는 휴가를 쓰지 않았지만 나는 이 인쇄마을 주민으로서 단체휴가기간이라고 못박아 놓은 날을 출근하는 걸로 반항하고 싶지 않아 목, 금 이틀을 쉬었다. 사실은 P님이 출근하면 나도 그냥 출근할까 했는데 P님은 내가 쉴거라 지레 생각하고 쉬기로 결정한 것 같다. 집에서 노나 출근해서 노나 놀기는 마찬가지. 아니다. 집에서 노는 것이 조금 더 힘들...다.

 

목요일은 갈곳 없는 어린양을 위해서...가 아니라 P님 자신이 갈 곳이 없으므로 별이와 나를 이끌고 동두천 예지원으로 점심먹으러 다녀왔다. 그닥 내키지 않는 걸음 따라나선 별이는 맛있는 점심에 용돈까지 챙겼으니... 그러게 엄마 말 들으면 자다가 떡이 생긴다고!

 

갈 때마다 기본 찬은 늘 똑같다. 가격은 1대에 이만처넌! 갈비를 때려먹는 걸로 비교하면 싼 가격, 보통의 식사가격으로는 비싼 가격. 이 정도가 P님이 갈등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식사다. 양은 약간 많지만 모처럼 먹자고 나와서 먹기에는 괜찮다. 동두천은 뭐하는 도시인지 모르지만 소비성향이 높은 듯. 갈 때마다 식당에 손님이 차고 넘친다. 원래 다녔던 송월관은 말할 것도 없고.

 

   

 

   

       

 

갈비에 붙은 살이 제일 맛있다 하건만 나는 저런거 뜯을 줄 모른다. 먹성 좋으신 P님이 드셧다는.. -.-;;

 

별이를 집앞에 내려주고 마트에 가자고 꼬드겨서 월계동에 있는 임아트에 갔다. 주차장이 노천이라 타고 집으로 돌아갈 일이 걱정이 되어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큰 마트에 갔으니 이것저것 기웃거려볼까 했는데 고기와 채소만 사가지고 고홈!! 채소를 다듬고 씻고 자르고 유리그릇마다 그득그득 담아놨다. 누구든 볶아먹든 소스를 끼얹어 먹든 편하도록. 그리고 조르바...

 

별이아빠도 한 잔 하느라 늦고 별이는 친구랑 노느라 늦고, 덕분에 나는 떡갈비 한 대가 하루의 식사였다. 그럴 줄 알았으면 밀리가 가자던 와인강좌에나 갔다 올 것을.. 덕분에 조르바는 진도가 잘 나갔다.

 

 

 

금요일 아침에도 일어나자마자 조르바... 조르바를 끝내고 청소를 시작했다. 한동안 일 때문에 별이아빠가 청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리 깔끔한 척해도 남자는 남자!! 내 손과는 다른 면이 있었다. 말하자면... 변기의 윗쪽과 안쪽은 빡빡 닦으면서 변기의 몸체는 닦지 않는 거라던가, 샴푸, 린스, 세제 등 목욕탕에 쪼로록 서 있는 플라스틱 용기는 목욕을 시켜주지 않는다덩가...

 

혼자서 또 혼자만의 아침겸 점심을 내멋대로 만들어 먹었다.

 

 

   

 

   

 

 

간단한 식사를 해도 설겆이는 늘 산더미. 그래서 집에 있는 날은 두 끼니 챙겨먹어도 하루종일 주방에 서 있게 된다. 남과 다른 속도와 요령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스파게티는 튀김후라이팬으로 모든 공정을 해낼 수 있다. 스파게티 면을 삶고 그 팬에 올리브유를 조금 둘러 야채를 볶고 면과 소스를 넣고 볶아 접시에 내면 끝. 피클 담는 접시를 꺼낼 필요도 없이 큰 접시에 스파게티를 담고 그 옆에 피클 단지에서 피클 몇 조각 꺼내놓으면 된다.

 

이틀 휴가의 마지막은 친구 만나러 충무로에 나왔다. 내사랑 충무로. 내가 며칠이라도 떠나있으면 충무로가 어떻게 되지. 암..

아침겸 점심은 스파게티, 저녁은 짜장면!!

좋은 친구랑 먹는 음식은 그것이 무엇이든 맛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