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일기

친구들과 하루

little tree 2013. 9. 2. 10:50

 

 

비오는 목요일 점심,

남산길에 있는 산채집에서 네 친구가 점심을 먹다.

산채비빔밥 2인분, 부추전, 감자전, 도토리묵에 소백산 대강막걸리와 진천(맞나?) 덕산막걸리.

 

 

   

 

   

 

 

전에 얘기했던 대로 점심은 미경이가 사고 커피는 내가 사기로 했는데

커피 대신에 간 곳이 인사동 솔막걸리. -.-

어차피 인사동으로 가야 하고 효숙이가 강추하는 솔막걸리 맛보고자..

효숙이가 20대부터 다녔다는 주점은 세월의 흔적을 그닥 향기롭지 않은 냄새로 증거하더만.

 

   

 

침침한 실내에서 처음 나온 막걸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디 시궁창 물을 퍼온 것 같은 비주얼. -.-;;

위에 시커멓게 막을 형성한 것이 솔가루란다.

섞어보니 오른쪽 비주얼이 나온다.

맛은 좋았다. 향기도 좋고..

 

경인미술관 2전시실에서 은숙이 서예전시회를 한다고 시간되면 들러서 보라는데 마침 목요일에 넷이 만나기로 했으니 가보자 한 것이 인사동으로 간 이유였다. 5시부터 6시까지 은숙이가 전시실에 있는다 하고 6시에 문을 닫는다니 시간에 맞춰 전시관에 갔다. 5시 조금 넘어서.

 

고려대 동아리시절 사람들과 함께 공동으로 서예 전시를 하는 거였고 전시실 윗층에는 역시 고려대 동아리 활동을 하던 이들이 미술전시를 하고 있었다. 은숙이의 작품은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확실히 여성스러웠다. 나비의 표본을 장식해서가 아니라, 부채 같은 소품이어서가 아니라, 글자체 자체가 여성스러웠는데 나는 여성스러운 서예보다는 웅장하고 힘찬 서예가 더 마음에 들었다. 윗층의 미술전시는 첫 그림 두 개가 홍기선의 그림이었다. 옆에 커리커쳐 그려놓은 걸 보니 교수 홍기선 같아 물어봤더니 맞단다. 퇴직한지 꽤 되었을텐데 아마도 그림으로 여가를 즐기는 모양이다. 예술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은 참 멋지다.

 

은숙이가 만나는 또다른 중학교 동창 셋이 왔고 그중 한 친구가 나랑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는데 얼굴을 봐서는 모르겠더라. 카페에 접속, 중학교 앨범을 보고야 아, 이 인물이 그 인물이구나 알아차렸다. 오히려 한 번도 같은 반 한 적 없는 친구는 얼굴이 많이 변하지 않아서 그런가 한 눈에 알아보겠더만. 세월이 흘러도 한 눈에 알아볼만큼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고개를 갸웃거려야 하는 사람이 있고...

 

 

 

 

처음부터 뭔 준비 할 생각도 안했지만 빈손으로 오라고 특별히 메시지를 보내와서 부담없이 빈손으로 갔다. 그저 차나 저녁을면 되지 하고. 전시 시간이 끝나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미경이와 효숙이는 집으로 가고 남은 친구들이 일곱. 근처에 친구가 한다는 곳으로 갔는데 분위기, 맛 다 괜찮았다. 다만 인사동이라 그런가 값이.. -.- 은숙이가 굳이 제가 내야 한다면서 저녁값을 내고 9시가 넘어서야 그곳을 나섰다. 은숙이를 제외한 세 친구는 중학교 시절 친했거나 따로 연락하던 친구들이 아닌지라 다음을 기약하지는 않았다. "언젠가 볼 날이 있을꺼야. 그동안 잘 지내라." 인사하고 전철을 반대방향으로 타고 오면서 생각했다. 은숙이 연로하신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그때 보게 되겠구나.

 

혼자서는 참 행복하고 만족스러운데 친하지 않았던 새로운 동창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좀 불편했다. 열등감이 스멀스멀.. 여자들이 동창회 갔다 오면 기분이 안좋아진다는 유머가 무슨 뜻인지를 알겠더라.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