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민원의 민폐

little tree 2013. 9. 30. 10:18

 

요즘 지하철은 민원, 불만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시정된다. 과연 좋은 현상인지는 모르겠다.

 

쌍문역에서 4호선을 탔을 때는 종착역도 가깝고 비오는 휴일이라 그랬는지 승객이 많지 않았다. 의자는 알미늄 의자였고. 탔을 때의 느낌은 날씨도 긎은데다가 사람이 적어 조금 썰렁한 정도. 자리잡고 앉았는데 바로 방송이 나온다. 죄송하지만 춥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난방을 잠시 했다가 끄겠다고. 헐.. 난방을 해야 할 정도는 분명 아니었다. 동대문 운동장에서 내렸는데 내릴 즈음에는 알미늄 의자는 따뜻했고 객차 내에는 훈훈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나로서는 쾌적한 느낌이 아니었다. 외려 난방을 안했더라면 살짝 긴장감 있는 쾌적함을 느꼈을텐데.. 날짜로도 9월 29일. 과연 난방을 할 시기였나?

 

2호선으로 갈아탔다. 4호선을 탔을 때보다는 승객이 많아 대부분 앉고 몇몇이 서서 가는 상황이었는데 냉방을 하고 있었다. 예식장에 가느라 자켓을 입었음에도 좀 춥다는 느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시간, 비슷한 인원이 탄 전철인데 방금 내린 전철은 난방을 하고 바로 갈아탄 전철은 냉방을 하고.

 

목청 큰 사람, 잘 참지 않는 사람, 오지랍 넓은 사람들이 대체로 민원을 넣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가끔 있었다. 전철에서 추위나 더위를 많이 느낄 때. 불편하지만 민원 넣는 방법도 모르고 좀 참으면 해결될 일이라 한번도 민원을 넣어본 적이 없는데.. 나 뿐 아니라 대부분 승객들이 그렇지 않을까.

 

표현하기 좋아하는 사람, 참지못하는 사람, 목청 큰 사람 때문에 전철 내 온도가 쾌적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오늘 내가 경험한 것처럼. 추위나 더위에 약한 이들을 위한 차량이 따로 있기도 하고 조금 참아도 될 정도를 구태여 민원으로 넣는 경우, 그 사람이 느끼는 온도와 다른 이들, 대다수 사람이 느끼는 온도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오늘처럼.

 

민원인의 전화 한 방에 전철의 온도를 즉각적으로 조정하는 것보다는 좀 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일은 전철에서 뿐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목청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