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벌써, 어느새..

little tree 2013. 10. 2. 12:20

 

 

 

1.

 

갔다 오기를 잘 했다.

 

엄마 세대, 우리 세대와는 달라졌으면 하는 게 바램이지만 그런다고 해서 쉽게 변할 것도 아니고 더 좋은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능력도 안되고. 내가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서 망설인 부분도 있다. 그냥 축의금만 보내고 말까...

다행히 예식장이 잠실이라 양해를 구하고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예식시간보다 1시간 가까이 일찍 도착해서 은미 부부와 인사하고 신부도 보고 이야기 좀 나누다가 혼자 식당으로 올라가 용감하게 점심까지 해결하고 나왔다. 가야 할 곳에는 1시간 정도 늦었지만 그 정도 쯤이야 양해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영이를 처음 본 건 은미의 결혼식 때. 아빠가 결혼하는 게 신나는 철없는 아이는 어느새 훌쩍 커버려 시집갈 나이가 되었다. 내 자식 키우기도 힘든데 전처 자식이 쉬웠을리 없겠지만 그래도 아이가 심성이 고와서 공부 못(안)하는 거 이해 못하는 은미의 괴롭힘 - 학원, 과외, 끊임없는 잔소리에 심지어 독선생까지 - 을 꿋꿋하게 이겨내고, 때로는 속도 좀 썩이면서 잘 자랐다. 사춘기가 지난 후부터는 관계가 좋아지더니 성인이 되면서는 친구처럼 지내는 듯 보였다.

 

엄마랑 팔짱 끼고 사진 찍는 모습이 참 예뻐서 괜히 내가 다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영이가 행복하게 잘 살기를...

 

 

2.

 

호텔 예식도 아닌데 참 호화롭기도 하더라. 집구하기며 혼수, 예단이야 어땠는지 모르지만 단 한 시간의 예식만으로도 얼마나 큰 돈이 들어갈지 경험하지는 못했어도 짐작이 갈듯하다. 얼마 전에 치른 사촌 동생의 결혼식은 은미네 결혼식에 비하면 조촐하기 그지없는 결혼식이었다. 나는 이다음에 어떤 결혼식을 준비하게 될까. 조촐하면서도 진지하고 축복 가득한 결혼식을 생각하지만 그때 이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