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연습
인간연습
조정래 장편소설 / 실천문학사
강북문화정보도서관 / 교보도서관앱
조정래는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은 소설가이다.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 이어지는 대하소설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감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조정래의 대하소설을 통해 이해했을게다.
이전의 조정래 소설들이 역사의 흐름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 소설은 분단시대를 힘겹게 살아온 한 장기수를 통해 보는 개인의 삶과 시대의 단면, 변화라고 할까. 자신의 신념을 지키느라 30여년을 고난속에서 보내고 출옥을 했는데 그토록 믿었던 신념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왜 그런 일이 생겨났는지, 이유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하는 개인들. 한 사람은 그 충격으로 죽었고 한 사람은 죽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살아남아 그 이유를 탐색해가며 다시 새로운 것에 희망을 품고 삶을 새롭게 시작한다. 그에게 희망이 된 것은 우연히 알게된 부모없는 남매이고 감옥에서 만난 운동권 출신 강민규이다.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남매를 보며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고 강민규를 통해서 알게 된 시민단체에 그는 희망을 품는다. 이념형 인간에서 새로운 인간으로 살아가는 연습.
역사, 그것은 인간의 삶이었다. 이데올로기, 그것도 인간의 생산물이었다. 그런데 그 발명품은 당초의 목적대로 쓰이지를 못했다. 당원들의 부패와 타락의 뿌리는 이기주의다. 모든 종교의 공통된 미덕은 나만을 위한 이기심을 버리고 남도 위할 줄 아는 이타행을 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나 성직자들이 이기심이라는 본능의 힘에서 벗어나지 못했듯 당원들도 다를 것이 없었다. 인간... 인간이란 본능적 존재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그럼 인간의 이성이란 무엇인가. 내가 30년 넘게 감옥살이를 하지 않고 그냥 당원으로 살았다면 나도 인민들에게 원한을 살 정도로 부패하고 타락했을 것인가. 인간, 그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작가의 말 중에서 -
"진정한 작가란 어느 시대, 어떤 정권하고든 불화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모든 권력이란 오류를 저지르게 되어 있고, 진정한 작가는 그 오류들을 파헤치며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정치성과 전혀 관계없이 진보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으며, 진보성을 띤 정치 세력이 배태하는 오류까지도 밝혀내야 하기 때문에 작가는 끝없는 불화 속에서 외로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