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선물
생일, 별건가. 누구 말마따나 살아있는 날이 모두 生日이라는데...
당일에는 별이아빠가 야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해서 전날 셋이 생일저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조촐한 저녁..이 아니라 술을 한 잔 했다. 친구들과 얼마전에 갔다가 너무너무너무~ 맛있어서 별이 데리고 한 번 와야지 했던 그 족발집. 소주 두병과 족발 한접시만으로 끝낸 건 순전히 별이의 배가 고프지 않아서였다. 친구들과 먹은 맛있는 족발이 과연 이거였을까. -.-
당일엔 여러 친구들이 와서 축하해 주었다. 예상밖이었다. 퇴근하다가 안경이나 맞추러 가야지 생각했는데. 선희가 저녁을 사고 학택이가 맥주를 사고... 원래 생일 문화가 이렇게 얻어먹는건가? 일찍 헤어지는걸 섭섭해 하는 것 같아 마지막에 커피만 내가 샀다. 선약 있어서 함께 밥도 먹지 못할 거면서 일부러 와서 커피잔 세트 선물만 주고 간 친구.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저 귀여운 양말은 쥬니어용. 너무 작아서 보니 택에는 발길이 200mm라고 써 있으나 자로 재본 실제 길이는 150mm. ㅋㅋ 225mm까지 늘어날라나? 아마 내 친구들은 내가 주니어 양말을 신는 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 취향의 양말과 편한 티셔츠. 빨리 여름이 와야 입어볼텐데..
생일날 별이가 사다놓은 아이스크림케잌. 전날밤 한 잔 하면서 얘기했던 명예기자 지원 건이 잘 되어 기분 좋게 사들고 와 기다렸나본데 나는 예상을 못하고 늦게야 집에 들어갔다. 왜 예상을 못했을까. 그래도 늘 케잌은 챙겨주는 아들인데. 미안했다.
오늘은 일본어 번역하는 친구, 권모씨의 선물을 한보따리 받았다. 엊그젠가 책 한 권 보내겠다며 주소 보내라는데 사양하는 것도 그렇고 해서 보내줬더니 책 네 권과 마스크팩, 설화수 샘플^^, 카드까지 써서 택배로 보내왔다. 그 친구가 "정말 오랜 시간 공기처럼 옆에 계셔 주신 것 같아요." 라고 카드에 쓴 것처럼 그랬다. 오랜 세월 주변에 있는지 없는지 의식하지 못하고 흘러왔다. 그 친구의 말처럼 "앞으로도 이렇게 같이 늙어가..." 게 될 것이다.
친구들과는 거리를 조금 두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물론 자주 만나는 친구들을 그 이유 때문에 거리를 두자고 기피할 수는 없지만. 이 친구나, 다른 많은 친구들과의 관계를 볼 때 어느 정도의 거리가 이해와 신뢰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너무 자주 보게 되면 가족같은 느낌이 들어 소홀하기도 하고 또 탈도 생기니까.
친구가 많은 건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