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을 드세요
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지음 /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일본 소설은 별이 덕분에 읽었던 - 별이가 군대에 있는 동안 사달라고 했던 책들, 제대할 때 모두 가져오라 해서 - 것 외에 내가 골라서 읽어본 적이 없다. 일본 번역을 하는 오래된 친구가 추천해 준 책들도 읽어봐야지 맘만 먹고 산 적이 없었다.
얼마전에 지난 내 생일에 자신이 직접 번역한 책 두 권과 또다른 책 두 권을 그 친구에게 선물로 받았는데 이제야 펴 읽게 되었다. 태블릿으로 읽다가 종이책을 잡으니 맨 처음 태블릿으로 책을 읽을 때 만큼이나 익숙치 않은 느낌이었으나 곧 괜찮아졌다.
제목이 얘기하듯이 일곱편의 단편 소설은 모두 음식이 나온다. 내가 알 수 없는 일본 음식들. 맛있는 표현을 읽을 때 정말 무엇이 그렇게 맛이 있을까 공감하기 어려웠다. '입에서 살살 녹는' 으로 형용할 만한 맛을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너댓살 즈음, 미군부대에서 갖고 나온 케잌쯤? 그 맛과 향을 잊을 수가 없다.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건 행복일게다. 그러나 흔하고 많은 먹거리가 행복과 멀어지게 한다. 음식 뿐아니라 이야기마다에 이별이 있다. 가슴서늘함, 찡함, 따뜻함이 있는 잔잔한 소설. 별이 덕에 읽은 소설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맛있고 잔잔한 이야기 뒤에 나오는 옮긴이의 글이 제일 재밌었던 것은, 내가 옮긴이를 잘 알아서일까?
양장본 책 표지를 제꼈더니 축복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찻잔, 프라이팬, 밥그릇, 빙수그릇... 잔뜩 잔잔히 깔려 있어 처음에는 못알아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