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le tree 2014. 7. 4. 14:33

 

블로그에 서촌이야기를 쓰면서, 이 글을 ck가 보는 곳에도 올려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퍼뜩 들었다. 다른 사람은 아는데 정작 본인이 모른다면... 그래서 카페와 밴드에 올렸다. 언젠가 ck가 말하기를 밴드에 댓글 쓸 여유는 없지만 내가 쓰는 글은 읽는다고 했던 적이 있는 것 같아서.

 

역시 밴드는 긴 글이 올라갈 공간이 아니었다. 긴글에 괴로워하는 친구들(ㅋㅋ). 나도 그러니까. 사실 나도 원글보다는 댓글에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새소식을 확인하다가 들어가므로 원글이 뭔지 모를 때도 많고.. 밴드는 사랑방. 그 기능에 충실하게 글을 올린다면 짧게 올려야겠다. 앞으로는 카페에 본 글을 올리고 밴드에는 요점, 혹은 주제쯤만 올리면 괜찮지 않을까. 얼마나 글을 올리겠냐마는...

 

카페 댓글을 보니 내가 쓴 글의 등장인물이 남자로 인식하는 친구가 있었다. 성호. ㅎ 어?! 다시 읽어보니 남자라고 생각하면서 읽으면 남자로 읽히겠구나 싶다. 그 친구가 내게 갖고 있는 선입견이 작용했겠지. 심각하게 쓰지 않은 글을 심각하게 읽은 것 같기도 하고.. 그 댓글이 기회가 되어 잠시 생각해봤는데 疏遠이 비슷한 경우라면 내게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조심스럽고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연배가 위인 경우보다 연배가 아래인 경우가 더 어렵고... 남자들은 생각없음에 비해 여자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고 연배가 위인 경우보다 연배가 아래인 경우가 내게 대한 기대? 바램?이 더 클테니.

 

그날 서촌에서 오목이 내게 말했다. 알고 지낸지 20년이 다 되어도 아직도 존대하는 건 옳지 않다고. -.-;; 어쩌겠나. 저절로 그리 되는걸. 적어도 함부로 한다거나 무시한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겠지. 또하나 내가  본 내 모습은, 만나고 싶은 기꺼운 마음이 없어도 상황에 따라 약속을 하고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만난다는 것.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걸까.

 

적어도 사람에 대해 '나쁘다'고 판단하지는 않으려 한다. 나쁜 것 같아 보인다면 우선 판단을 유보하는 방법도 있으니. 누구나 장점이 있다. 나는 그 장점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에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다. 저 사람은 어떤 장점이 있을까.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공통화제가 없을 것 같은 사람에게도 몇가지의 공통화제는 있다는게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점이다. 사는 건 누구나 다 비슷해서일까.

 

중학교 시절, 4대 성인 중 한 사람인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 했다는 말을 듣고 왜 그렇게 쉬운 말이 중요하며 그런 쉬운 말을 한 사람을 성인의 한 사람으로 인정했을까 생각했다. 알고 말고 할게 어딨어? 나는 난데. 자신을 모르는 사람도 있어?! 나는 그때 나 자신을 잘 아는 줄 알았고 모든 사람이 다 각자를 잘 알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난 이즈음에 돌아보니 나는 나 자신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가끔 중학교 시절에 했던 그 생각을 떠올리고 속으로 웃는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어려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