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그중 제일 좋은 시간

little tree 2014. 7. 9. 14:27

 

 

 

지난 주말을 앞두고, 갑자기 수국이 보고싶어졌다. 어느 커뮤니티에서 누군가 수국축제에 다녀온 사진을 봐서 그런가. 인터넷을 온통 검색해봐도 내가 갈만한 곳은 없다. 부산에서 지금 수국축제를 하고 있고 제주도에 수국이 많고 - 제주도 수국은 몇 년 전 가족여행 때 본 적이 있다 - 서울 근교에는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수국전시회가 있단다. 자연속에 저절로 자란 많은 수국의 무리가 보고싶은데 수국전시회도 갈만한 형편이 안된다. 보고싶은 마음이 귀찮은 마음을 이기지 못해서일 것이다.

 

금요일 늦은 밤까지 검색하고 고민하다가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토요일, 별이 아침을 챙겨주고 9시에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걷는 불암산 둘레길. 그래, 사실 민가, 찻길로 내려가는 코스가 많은 북한산 둘레길보다 우리 아파트에서 바로 진입하는 불암산 둘레길이 더 좋다. 대로변으로 내려가지 않아도 되고 덕분에 대부분이 그늘이고 오가는 시간 낭비할 필요 없는 길. 시간은 이른 편이지만 여름 해가 일찍 떠서 한낮이다. 사람 발길이 잦은 둘레길은 숲향이 별로다. 조금 더 일찍 나서면 풋풋한 내음을 맡을 수 있을까. 다음 토요일은 아침일찍 나서야겠다.

 

 

 

 

 

일요일은, 일찌감치 교회에 갔다가 친구들 등산간다는데 갔다. 망월사 역에서 만나 회룡역에서 헤어지는...

저 사진을 찍은 곳은 망월사 스님들이 공부하는 곳인지, 넓은 마당에 길게 빨래줄이 매어있고 스님들의 옷들이 널어져 있다. 줄줄이 널린 발가락 양말. ㅎ 이 넓은 마당에 이불을 하나가득 널었으면 좋겠다. 뜨거운 햇살과 바람에 이불이 고실고실 마를텐데. 마당과 빨래줄에 대한 목마름..

 

 

 

 

월요일은 가까이 있는 친구의 생일이었다. 예정은 점심 같이 먹는 것이었는데 세상일은 예정대로만 흐르지 않는 법. 이래저래 오랜 시간 여러 친구들이 모였다. 더운 날이었고 긴 시간을 보내느라 지쳐서 살짝 퇴장하고 싶었는데 차 한잔만 더 하고 끝내자는 통에.. 살짝 퇴장했어야 옳았던 건 아닐까. 그랬더라면 더 긴 생일잔치를 할 수 있었을텐데..

 

이제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노는 것도 체력이 딸린다는 걸 느낀다. 화요일 출근해서 일상으로 돌아오니 그제서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가장 좋은 시간은 혼자 불암산 둘레길을 걷던 시간. 친구들과 왁자지껄한 중에도 나는 둘레길을 생각하고 월든의 호숫가를 생각한다. 월든, 이제 2/3 지점을 지나가고 있다. 그렇게 살고 싶다. 소로처럼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