亂
사람 사이 갈등의 원인은 뭘까. 가끔씩 속해 있는 그룹에서 亂이 날 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수십년 만에 만난 친구들 사이에 분란이 생겼다. 어제 오늘만의 얘기가 아니고 몇 달 전부터, 그러니까 참사 이후로 잠재해 있던 것이고 그게 이제서 터졌을 뿐이다. 리더는 문제를 투표에 부쳤다. 과연?
"정치적, 종교적 사항이나 동창들간에 화합을 저해하는 글은 삼간다" 라는 문장을 내세워 찬반투표에 붙였는데 이런 경우 과연 '정치적, 종교적 사항이나 동창들간에 화합을 저해하는 글'이라는 판단을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가 된다. 누가 판단하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냐. 리더는 깊이 생각을 하고 투표에 붙였는지 모르겠으나 첫 댓글부터 그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게다가 무기명투표가 안되는지 기명투표로..
어떤 문제가 불거질 때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고 찬반 양론이 있을 것이나 내가 보기에 결정적으로 문제를 삼는 당사자들은 질투의 감정이 아닐까 싶다. 읽기 싫은 글은 넘어갈 수도 있고, 대부분 읽기 싫은 글은 넘겨버릴텐데 (그렇지 않은가. 맘에 안드는 글을 꼼꼼히 읽으며 스스로 스트레스받는 바보가 어디 있겠나. 싸우려고 작정하지 않는다면야..) 써라 마라 하는 것도 그렇고 허접한 유머 글 가져와서 도배하는 방법으로 글 밀어내기 하는 것도 그렇고.. 대부분의 친구들은 별 말없이 보기도 하고 말기도 하고 지나가는데,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일인 거 같은데...
평소에 댓글 한 줄 쓰지 않는 곳이라 지켜보면서 내 동창들의 수준이 이 정도인가 하고 실망하고 있는데 한 친구가 올린 글이 딱!!
며느리가 미우면 버선 뒷꿈치만 봐도 밉다는 옛말이 있쟎아
올린 글을 트집잡기 시작하면
1. 신랑하고 놀러간 얘기 (서방없는 년은?)
2. 아들 군대간 얘기 (아들 못낳은 년은?)
3. 주중에 여행 간 얘기 (일해서 여행 못가는년은?)
4. 골프친 얘기 (돈 없고, 시간없고, 몸치인 년은?)
우리는 현명하쟎아
다른 사람의 아픔, 즐거움, 행복, 때론 위로 기타 등등을 아우룰 수 있는 나이가 아닌가
잠시 후에 또
왜 이렇게 딴지 걸 글이 많지 ㅋㅋ
5. 미모 자랑하며 올린 사진 (뚱뚱한 년은?)
6. 멋진 작품 올린 얘기 (미술하고 거리가 한참 먼 년은?)
7. 노래 동영상 올린 거 (노래 못하는 년은?)
8. 음식 솜씨 발휘 작품 (음식 못하는 년은?)
생각 해보니 인생 살기 싫다.
울 칭구들은 재주가 저리 많은데 나만 ㅠㅠ
이 친구의 글이 분위기를 많이 누그러뜨렸다. 이 친구도 지금의 亂을 질투가 원인인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다양한 의견이 통용되지 않는 조직은 작은 문제에도 혼란에 빠지거나 깨지기 쉽다. 이제, 기명으로 투표한 친구들을 과연 전처럼 편한 맘, 편한 얼굴로 대할 수 있을까. 나부터 쉽지 않을 것 같다. 한 가지 일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저절로 마음으로 쳐지는 차단벽을 어쩔 것인가.
다툼은 봉합이 되더라도 없었던 것만은 못하다. 조금씩 인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亂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모르나 한 두 사람의 이성적이지 못한 (무대뽀적인) 판단과 행동이 분위기를 좋지 않게 만들고 친구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언제든지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 깨지기 쉬운 것이 관계인 것 같다. 게다가 요즘은 모든 일, 모든 관계가 실시간으로 연결이 되니 한박자 쉬는 호흡, 조금 참는 시간을 확보할 수가 없어서 순식간에 박살이 날 수도 있다. 쌓아올리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허무는 것은 잠깐이다. 친구들이 좀더 현명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