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정호승, 안도현, 장석남, 하응백 / 공감의기쁨
강북문화정보도서관 / 교보도서관앱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시인 세 사람과 평론가 한 사람의 시 사랑 이야기. 공식없는 세 가지가 인생, 사랑 그리고 시라고 책은 말한다.
책에 나오는 시의 원문을 읽기 위해 스맛폰으로 검색을 해 원문을 읽으며 책을 읽어야 했다. 내용에 원문도 같이 실었으면 좋았을 걸.
내용중에 그런 얘기가 있었다. 시는 고백이 아니라고. 가끔 읽기에 간질간질한 시가 과연 시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해답이 되었다고 할까. 시는 고백이 아니라 묘사라는 말이 와 닿았다. 온라인 세상에서 흔히 보게 되는 흔해빠진 좋은 글이 시 행세를 하는 것이 영 탐탁지 않다.
가을이라 그런가 시가 읽고 싶다. 며칠 전에 시집세트를 샀다. 불행하게도 이미 알고 있는 시인들의 시집. 익숙하지 않은 시를 이해하기에 내 상상력이 너무 부족하다. 어쩌면 시간을 충분히 들이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스물다섯 즈음이었던가? 나는 제주도엘 가서 한 두어 달 묵은 적이 있었다. 젊은 날의 한 시절은 누구에게나 그러하리라. 나는 뭔가 새로운 이정표 같은 걸 찾는 중이었다. 마음은 아주 그곳에 가서 살고 싶은 심정으로 간 거였다. 부산항에서 혼자 밤배를 타는 그 씁쓸한 심정이란... 자정 근처에서 바람 쳐부는 아무도 없는 갑판에 웅크리고 앉아서 멀리 수평선을 넘어가 있는 집어등 불빛들을 바라보며 자못 심각한 낭만에 이빨을 앙앙 다물었었다. 고은을 생각했고 한수산을 생각했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별이를 생각했다. 스물 다섯. 딱 별이도 저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이 책에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에 대한 글이 있어서 전문을 찾아보았는데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 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이 부분이 특히 좋다.
나는 이런 친구가 있어서 행복한 사람이다.
우화의 강 1
마 종 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 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 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결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 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