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일기

포틀럭파티 - 신년회

little tree 2015. 1. 23. 10:31

 

 

카페를 빌려 포틀럭 파티로 했던 이장네 송년회 끝자락에 신년회도 하자고, 장소는 자기가 제공하겠다고 나섰던 친구, 그 친구의 집에서 어제 신년회를 했다. 송년회 때처럼 포틀럭파티로.

송년회 때 내가 준비해 간 연어회가 너무 많은 듯하여 양 작고 맛있는, 깜찍한 메뉴가 뭐가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막상 요즘 바쁘기도 하고 전날 예정에 없던 충무로 벙개와 당일 오후 벙개가 끼어드는 바람에 전혀 준비할 시간적, 심적 여유가 없었다.

 

다행히 처음 가는 집에 빈손으로 갈 수 없어 쇼핑몰에서 미리 주문한 소이캔들이 도착해 있어서 그 염려는 덜었다. 파티를 좋아하는 사람은 캔들을 좋아할만하니 별 고민도 하지 않았다. 다만, 양키캔들의 유해성을 생각해서 향이 좀 옅은 소이캔들로 정하면서 향에 대한 고민을 잠깐 했을 뿐이다.

 

소이캔들은 포장해서 들고, 은.실.이가 소집한 벙개에 갔다가 그 식당 안주 메뉴에서 골라 파티 음식으로 가지고 갔다.

http://littletree-kang.tistory.com/1435

 

유.연.의 집은 아기자기한 소품과 꾸밈으로 따뜻하고 정감 있었다.

도착하고 보니 10분전, 제일 먼저 도착해서 거실을 보니 식탁위에는 사용할 접시류를 잔뜩 펼쳐 놓았고 거실에는 테이블 위에 식탁보를 깔고 세팅까지 마쳐둔 상태였다. 테이블은 아무데나 막 쓸만한 접히는 플라스틱 테이블이라는데 식탁보를 펴 놓으니 그런 사실을 전혀 알 수 없는 멋진 식탁이 되었다.

 

  

 

 

이어지며 등장하는 우리 친구들, 꼬마 공주님까지.

가지고 온 음식을 식탁에 차리고 샴페인을 터뜨리고 개인접시에 음식을 담아 거실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와인도 마셨다.

 

  

 

  

 

 

  

 

   

 

 

직접 만들어서 가지고 온 건 라코타치즈와 샐러드, 밀푀유나베, 그리고 전채요리격인 율리의아침밥상과 주인장이 만든 디저트. ㅎ

그 외에는 각자 고민끝에 사들고 온 연어회, 연어롤, 누나닭, 굴튀김 등등.

술은 샴페인, 와인, 수제꼬냑, 산미구엘, 맥주 페트..

두 사람은 운전을 해야 하고 술을 부어라마셔라 하는 분위기의 모임이 아니라 술이 남을 정도. 다섯살짜리 꼬마가 있어서 그런지 예전보다 더 술 소비가 안된다. 좋은 현상.

 

한국에서 가지고 간 물건은 모두 남아공에 버리고 남아공에서 쓰던, 모아둔 살림살이는 모두 한국으로 가지고 온 친구 집은 온통 남아공 소품으로 가득하다.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냄새도 있고 남아공의 백인 문화도 보이고... 새로운 문화체험, 신선한 자극이었다.

 

모든 모임이, 심지어 가족의 생일조차도 바깥 식당에서 해결하는 저속한 문화가 창궐하는 시대에 집을 개방해서 음식을 준비하고 그릇을 준비하고 설겆이가 쌓이는 모임을 갖기는 쉽지 않다. 편안함에 길들여져서, 쉬운 것에 길들여져서.

 

요즘, 밖에서 음식을 사먹는다는 게 얼마나 한심한 짓인지, 내 먹거리, 내 가족 먹거리를 내 손으로 만들지 않고 남에게 돈으로 의지하거나 해결하는 게 얼마나 수준 낮은 일인지 생각 중인데 이번 모임을 하면서 그런 연장선에서 생각꺼리가 많았다.

 

먹거리를 오로지 내손으로 해결하고 유흥의 거리가 아닌 집에서 친구들과 만나고 먹고 나누려면 정성과 여유가 필요하고 느리게 살아가는 것이 익숙해져야 하는데 그게 나 혼자만으로 될 일도 아니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은 확실하다. 적게 가볍게 먹으며 그 과정을 즐기는 것. 천천히 가볍게 욕심없이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실천해야겠다.

 

유.연.의 집에 있던 뚱보 고양이. 그 사진을 못찍었다. 주인이 안아주기를 바라고 야옹거리며 쳐다보는 고양이. 나도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데...

 

 

    

 

지인이 집에서 직접 담갔다는 꼬냑.

꼬냑은 처음 먹어봤다. 포도향 짙은 맑은 술인데 조금 입안에 넣고 굴려보니 입안에 불길이 가득 느껴진다. 성냥을 그어대면 용처럼 불을 확 뿜을 것 같은 느낌. 깔끔하고 맘에 든다. 많이 마시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

몇도나 될까 설왕설래하다가 불을 붙여보기로 했다. 잔에 가득 채워서 불을 갖다 대며 애쓰는 걸 보고 로.마.가 휴지를 조금 뜯어 심지를 만들어 불을 붙이니 잘 붙고 끌 때까지 잘 타오른다. 푸른 빛.

 

잘 먹고 웃고 떠들고 즐겁게 보내고 10시 30분쯤 갈 준비하자는 내 말에 다들 주섬주섬 갈 준비. 모임 때마다 설겆이 잘 하는 젋은 아빠 봉.주.르.가 이번에도 설겆이를 많이 했다. 마지막 설겆이는 내가.

 

11시쯤 나와 집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었다. 피곤하지만 좋은 친구들과 즐거웠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