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일기

초롱초롱

little tree 2015. 3. 18. 14:09

 

그랬다. 첫날은 초롱초롱이었다.

 

내 일을 하면서 독학, 개인교습, 홍익대 디자인교육원, 고려대 논술지도자과정, 한겨레문화센터 등.. 한 손에 꼽을 수 없을만큼, 짧게는 한두 달에서 길게는 일년 이상 과정의 교육을 받아 봤지만 교과서를 가지고 교육받는 건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이었다.

 

지난해는 우울했다. 죽고싶은 생각이 많았으나 죽을 수는 없고 아무 생각 않고 죽은 것처럼 초저녁부터 잠을 잤던 것이 습관이 되어 초저녁 잠이 많아졌다. 8시, 9시 뉴스도 조느라 제대로 볼 수 없고 재밌다는 예능도 마찬가지. 그랬는데 신경 바짝 써야 할 일이 있어서인지 계절이 바뀌어서인지 그동안 왜 그렇게 우울했지? 생각할 정도로 우울은 저멀리 밀려났고 감당할 수 없는 초저녁잠만 후유증으로 남았다. 하여, 뭔가를 배우기로 결심을 해놓고 수업시간에 졸 일이 큰 걱정이었다.

 

강의실에 들어가보니 내 맘에 드는 앞줄 좌석은 이미 점령을 당했고 그 다음줄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설마, 이 자리에서는 졸 수 없겠지 하고. 결론은 초롱초롱! 첫 수업이라 다들 긴장하는 분위기여서인지 강사가 재밌게 하려고 애써서인지 호기심 때문인지 내용이 어렵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이런 분위기, 이런 정도라면 좋겠다.

 

일년 이상의 기간과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물으면 대답하기 쉽지 않다. 다만, 시작하는 시기가 있으므로 일단 시작한 것이고 아직 구하지 못한 질문에 대한 답이 No.로 나온다면 그때 중단해도 된다. 약간의 금전적 손해가 있겠지만 교양을 쌓았다 생각하면 되는거고.

 

마이너스를 위해, 더 낮은 상황을 향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불합리, 그러나 한 번 내 적성에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