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내보냄신청
1. 편지
화요일, 막내한테 등기로 편지가 왔다. 내게 보내는 것과 엄마께 보내는 편지.
그곳에서 평생 해보지 못했던 것을 시작하는게 있단다.
편지쓰기. 연말연시에 받은 연하장이 셀 수 없이 많았는데 생깔까(그놈 표현 -.-) 하다가 답장을 해주었다고. 평생 쓰고받은 편지의 몇 배는 되는 것 같댄다.
운동하기. 편지는 그래도 경험이 있지만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건 평생 처음이라며 매일 아침에 운동을 한다고.
또하나 자기 관심과 전혀 다른 분야의 책 읽기. 베르나르 베르베르, 무라카미 하루키 등 그곳에 있지 않았더라면 읽지 않았을 책들도 읽는다고.
생각해보면 잘 적응하고 있는 편이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2. 물품내보냄신청 문자
같은 화요일, 문자가 하나 왔다. 물품내보냄신청이라. 거기에서 내보낼 게 뭐가 있겠나. 책 밖에. 예정에는 설 지난 후 13일에나 면회를 갈까 했는데 처음받은 이 문자, 언제까지 받으러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또 토요일은 어차피 일처리가 안된다니 어쩌나.
마침 P님이 수요일 점심 약속이 있다고 해서 급하게 수요일로 면회신청을 하고 다음날인 어제 다녀왔다.
영치물품 접수하는 곳에 접수를 하니 40분 후에 찾으러 오랜다. 물품이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접수를 하면 당사자에게 가서 물건을 받아 오는 모양이다. 문자 연락을 받으면 어느 기간 안에 와서 받아가야 하느냐 물었더니 면회올 때 와서 찾아가면 된다고 한다. 한 달 정도는 괜찮다고.
서류를 뒤적이더니 내 앞으로 신청한 것도 있고 최모씨(직장동료) 앞으로 신청한 것도 있다고 한다. 받을 사람을 지정하면 그 사람에게 문자가 가고 그 사람만 찾아갈 수 있는 시스템인 것 같다.
3. 10분 면회
꼭 일주일만에 10분 면회를 했다. 최모씨 앞으로 일곱 권, 내 앞으로 한 권. 뭐 두사람 뿐이랴. 주변의 사람들이 면회하면서 갖다주는 게 모두 책일텐데. 책 외에는 들여보낼 수 있는 물품이 없다. 간식 정도. 그것도 사넣을 수 있는 분량이 있다. 면회갈 때마다 사서 들여보내는 간식이 빵 6개, 발효유 6개, 땅콩 2봉지, 구운계란 10알, 사과 1봉지, 귤 1봉지... 한 방 6인 정도 쓴다고 해서 빵과 발효유는 6개씩 넣고 떡갈비와 소시지는 몸에 안좋으니 넣지 않았는데 어제는 간식 넣을거면 떡갈비 좀 넣어달라고 한다. 설 연휴에 먹을 걸 미리 확보한다나. 살 수 있는 수량도 있어서 떡갈비는 2봉지. 혼자 앉은 자리에서 간식으로 먹을만한 적은 분량.
자격증 준비하라고 문제집을 넣어주는 사람(자습서를 먼저 봐야 문제풀이를 하는거지 원..), 다양한 사람들이 넣어주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 공부하겠다고 넣어달란 사전류, 거기에 각종 진보단체나 기관에서 보내주는 기관지, 소식지 등등.. 이감할 경우에 직업훈련도 염두에 두고 있고 하여간 머릿속은 엄청 바쁘게 생겼다. 책이 쌓이니 빨리 읽어서 내보내야 하는 문제도 있을테고.
갈 때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공부 많이 하라고 잔소리를 했었는데 어제는 읽지만 말고 쓰라고 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한 권쯤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하. 여러 사람들에게 은근히 압력을 받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최모씨가 받아가야 하는 책의 제목을 봐도...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도 그렇고 자기들은 안하면서 남한테 좋은 소리는 잘한다. 공부가 좋은 거면 본인이 하지 왜! 2년 후, 이제 18개월 여. 그 후에 나올 때는 보여줄만한 뭔가를 가지고 나오지 않으면 다시 쫒겨들어갈 것 같은 분위기. -.-;;
10일에도 면회가 되는데 인터넷예약이 안되어 갈 생각도 않고 있는데 그날 동료들이 면회를 간다고 하는 걸 보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거겠지. 가족과 함께할 설 연휴에 간다는게 쉽지 않을텐데, 예약이 안되면 평소에도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던데, 다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