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일기

마음 고쳐먹고 미역국

little tree 2016. 3. 4. 13:52







생일이 뭐 별건가 싶어서 각 밴드에 내 생일을 비공개로 돌려놨다.

밴드마다 생일날 넘쳐나는 인사가 불편하기도 하고 아예 생일대사까지 두고 긴 글을 써 올려주는 고등밴드는 정말 부담이다. 작년에 엄청난 축하글과 댓글을 받고 고마웠지만 이번 생일에 또 그럴 것이 부담이 되어 일찌감치 숨겨버렸다. 숨길 수 없는 곳에서 축하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러나 생일 점심을 혼자 먹게 된 건 좀 섭섭했다. 어제 기름진 점심벙개에, 식사에 이어 맥주 한 잔까지 한 친구와의 저녁식사 덕에 아침 안먹은 건 당연한데 예정에 없이 혼자 점심을 먹으려니. 늘상 생일 점심은 같이 먹어왔는데 약속 있다고 혼자 점심먹으러 나가는 P님. 아니, 내가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보아하니 생일 잊은 척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게, 은행 비밀번호가 내 생일이라는 사실. -.-+ 


잠시 기분이 상했다가 가치없는 일에 기분 상하는게 아까워서 잊어버리기로 하고 혼자 맛있는 점심을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이 안나.. 어디 멋지구리한데 가서 먹으려면 미리 생각해놨어야 하는건데. 


딱 든 생각이, 극동빌딩 근처에 미역국 파는 집이 있었지!

채소반찬만 네 가지에 고기도 들어있지 않은 미역국이 깔끔하고 맛있다. 국, 밥 모두 다 비우고 배 빵빵해져 기분좋게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든 생각. 내년부터는 분위기 좋은 곳, 맛있는 것, 평소에 비싸서 갈등되는 거 찾아놨다가 생일에 먹어야지. 혼자도 좋고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내가 쏘는거야!!


살다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 밥먹고 혼자 생일도 보내고 혼자 명절도 보내겠지만 혼자서도 잘 차려 먹고 잘 챙겨먹어야겠다. 언제나 씩씩하게. 특히 생일날! 올해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