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면회
지난 주 토요일에 면회하려고 했었는데 대학 동문회에서 후원금을 모아 방문하고 싶다는 얘기에 양보를 하고 어제 토요일에 면회를 갔다. 아무렴. 후원금까지 모아 면회를 하겠다는데 백번 양보를 하지. 하하.
지난번에 볼 때는 밤에 추울 정도로 덥지 않다고 하더니 어제는 꽤나 더운 모양이었다. 감방에서 면회를 하는 민원실까지는 거리가 있어서 나오는 길은 땡볕이라고 하고 보아하니 면회를 간 우리가 있는 공간은 냉방이 되는데 囚人들이 있는 공간은 냉방이 전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연신 반팔소매를 걷어올리는 걸 보니. 마음이 짠했다. 동생의 뒤쪽, 통로 너머에 있는 교도관들의 자리에는 냉방이 되고 있겠지. 한 여름에는 한낮에 면회가는 것도 미안한 일이었다. 지난번 면회 때 점심먹다가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그러지 말라 하고도 어제 면회신청을 하면서 점심먹고 나오게 해달라고 했는데 어제는 점심은 먹고 나온 것 같다. 다음에는 아침 새벽에 출발해서 9시에 면회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오가는 우리도 땡볕이라 많이 더웠고 막내가 땡볕에 오가는게 안쓰럽다.
점심은 면회 후 시원한 그늘에 차 대고 간단하게 빵과 커피류로 때우려고 빵과 음료를 싣고 갔었는데 여주 이천까지 갔으니 쌀밥을 좀 먹어야 되지 않겠냐-.-는 별이 아빠 때문에 청목에서 거하게 한 상 받았다. 청목은 몇년 만인지, 꽤 오랜만에 갔더니 새로 건물을 지어서 깨끗하고 좋았다. 다만, 너무 풀잎종류 반찬이 많아서. -.-;;
억울하게 들어가 있는게 문제지만 그 안의 생활은 옛날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았다. 한** 신문을 구독해서 세상 돌아가는 것도 다 알고 있다니. 하하. 면회갈 때 넣어주려고 따로 챙겨두었던 책보따리를 깜빡 잊고 안가져가는 바람에 다음 면회 때 넣을테니 그 안에 읽은 책은 모두 빼라고 말해두었다. 읽을 책은 쌓여 있고 책읽다 보니 책에 빠져 다른 상황을 잊어버리게 되는 모양이다. 한 달에 다섯 번 뿐인 면회인데 내 면회가 세 번째인지 네 번째인지를 헷갈리고 있다. 7월이 된지 9일밖에 안되었건만. -.-
성경을 읽고 있느냐 물었더니 책을 잡으면 끝을 보고 바꾸기 때문에 못읽는다고 한다. 사실은 관심이 안간다고 해서 내가 속이 상했다. 성경은 한번에 스트레이트로 읽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30분 정도씩 시간을 정해두고 매일 읽는 거라고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아빠를 끝내 보지도 못하고 보내드렸는데 나중에라도 아빠를 만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살아생전 아빠의 기도를 기억하라고 말했다. 아빠 얘기는 가능하면 하지 않으려고 했다. 죄책감에 괴로울텐데 나까지 가서 상처를 건드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 어제는 속상한 마음에 그 얘기를 하고 말았다. 때가 되면 아빠의 기도가 이루어지겠지만 막내의 태도를 보니 허탈했다.
책은 엄청 많이 읽어대는 모양인데 그 책이 다 어떤 책일지. 탄압이 투사를 만든다는 말도 있고 억울하게 들어가 있는데 세상을 초월한 도인이 되기를 바라는 내 바램이 오히려 이상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얼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는 며칠 전에 받았다고 하고 엄마를 위한 기도를 하라고 했다. 엄마를 위한 기도를 하기만 한다면 마음이 녹아들 수 있을텐데. 아마도 대답만 막대기처럼 하는게 아닐까. 그러면서 엄마가 자기 상황을 알면 충격을 받겠지? 묻는 것이 엄마가 보고 싶은, 엄마가 저를 보러 왔으면 하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렇게 하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엄마가 받을 충격 때문에 숨겨오고 있는데 엄마도 막내의 성향을 알고 있고 그래서 더 걱정이 많은 것이니 자연스럽게 사전정보 없이 막내 면회에 모시고 가서 만나게 하면, 멀쩡해 보이는 막내 얼굴을 보면 오히려 안심이 되지는 않을까. 내내 그 생각이 든다. 별이가 나쁜 상황에 있는데 내가 모른다는 건 말도 안되는 얘기이고 그런 상황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얘기이므로. 조금 더 생각을 해보고 방법을 구해봐야겠다. 내년 8월말까지 엄마가 맑은 정신으로 건강하게 계신다는 보장도 없고 한달에 한 두 번 얼굴보러가는 게 오히려 엄마한테 더 좋을 것 같으니.
처음 감추려 했던 건 아빠가 갑자기 암진단을 받고 여명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받는 상황에 아빠도 엄마도 모두 연약할대로 연약한 상태라 안좋은 소식을 연달아 전할 수 없어서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그때와 다르니까. 조금 더 방법을 생각해보자.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방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