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별이, 편두통
little tree
2016. 8. 26. 08:16
지난 일요일 밤, 별이의 편두통이 시작되었다. 초저녁에 친구만나러 나가서 늦게 돌아온다더니 생각보다 일찍 돌아온 이유가 편두통 전조증상이었던 모양이다.
밤 11시가 넘어서부터 시작된 두통과 구토는 새벽 2시까지 이어졌고 별이는 통증으로 고통스럽고 나는 걱정으로 고통스러운 밤을 보냈다.
구토하러 화장실 드나드는 걸 보면서 검색해본 바 병원에서 진단받은대로 편두통 증상과 똑같았는데 심한 경우라고 할까.
나는 머리가 아픈 것과 토하는 것은 다른 거라 생각했고 머리가 아프면서 토하는 경우는 뇌에 문제가 생긴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검사 받기를 바라고 병원에 보냈는데 편두통이라고 진단하고 검사는 없이 약만, 편두통 전조증상이 보이면 먹으라는 약 3봉, 3일치만 받아왔을 뿐이다.
날마다 아픈게 아니니까 두통은 흔한 증상 - 병이라고 까지 생각하지도 않았다 - 이니 괜찮겠지 했는데 그 상황을 눈으로보니 심각했다. 그동안은 아프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이지 아파하는 시간에 옆에 있지 못했다.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던가 출근해 있던가.. 참, 미안하고 미안한 일이다.
일요일 밤, 월요일 새벽 별이는 그 고통을 겪고 우리는 지켜보고 나서 화요일 출근하자마자 별이아빠가 병원 예약을 했다. 주치의를 바꾸고 싶었는데 바꾸려면 11월 말이나 되어야 한다고 그냥 진료받던 의사샘한테 예약을 했는데 다음 화요일이나 되어야 한댄다.
4시간~72시간 정도 두통발작이 일어날 수 있고 그 주기는 간헐적이라는데 그 후에도 영 컨디션이 좋지 않다. 어제 밤에도 처방받은 약이 없는지 타이레놀을 먹고 들어간다.
별이아빠도 젊을 때 꽤 오랫동안 편두통으로 시달렸었는데 별이는 정말 심하게 아프다. 유전력이 있다고 하니 별이아빠한테로 원망의 화살을 돌려보기도 하고.
스트레스, 많겠지. 원인은 스트레스말고도 다양하고 그걸 모두 제거하며 살 수는 없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원인도 많고 스트레스가 중요 원인이 되고... 확실하게 낫는 방법도 없고 병원에서도 아플 때 약이나 먹으라고 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별이 행복주택에 지원을 해주고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독립을 시킬까 궁리를 했었는데 혼자 살다가 이렇게 아프면 얼마나 서러울까 하는 생각. 결혼을 해서 독립시키는 게 아니라면 그냥 같이 사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혼자 사는 세대가 참 많다. 나이든 사람 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외로운 건 노인만이 아니다. 젊은 사람들도 노인만큼은 아니지만 외롭다. 그런데 아프기까지 하다면. 게다가 예전에 보면 별이는 옆 방에 내가 자고 있어도 편두통에 시달릴 때 구토를 하면서 화장실을 들락거려도 나를 깨우지 않았었다. 엄마를 생각해줘서 그런건지 무슨 생각으로 혼자 고통을 견뎌내는지 모르겠다. 떨어져서 산다면 아팠다는 얘기도 하지 않을거라.
빨리 화요일이 되었음 좋겠다. 양상의 심각함을 얘기하고 검사를 받던지 아니면 검사받을 필요가 없대도 급성기 약을 좀 넉넉하게 받아놔야겠다. 그냥 별이아빠처럼 단순 편두통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았으면 좋겠다.
내가 스트레스 주는 편은 아니지만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겠지. 이제 마지막 남은 한 학기 안에 취업해야 한다는 부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고민들... 가난한 부모라 별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게다가 외국으로 취업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 같더니 자기가 외국으로 나가도 되겠느냐 물을 때에 내 걱정말고 가고 싶은대로,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했건만 그쪽을 추진하지 않는 것 같다. 정말 별이가 하고 싶은대로 가고 싶은대로 가도 나는 괜찮은데. 아니 괜찮을거 같은데..
군대보내놓고 힘들었던 2년을 별이는 마음에 두고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말로는 얼마든지 나를 떠나라 하는데 과거 내 모습이 별이에게 부담으로 남아있는지도..
뭐, 다 잘 될 것이다. 늘 염려하며 살지만 늘 잘 살아오고 있다. 부족함 없이. 내 능력 아니라 은혜로. 지금까지 그래왔으므로.
마음을 밝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