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일기

할머니 선녀

little tree 2016. 9. 14. 01:03


꽤 많이 다치신 할머니가 한 분 입원하러 올라오셨다. 수속을 하는데 갑자기 병원에 있을 수가 없다고, 오라는 시간에 올테니 집에 보내달라고 한다. 이유인즉슨 아들없이 아들이 낳은 손자들과 함께 사는데 밥해주고 돌봐줘야 해서 입원해 있기 어렵다고. 일단 첫날이니 집에 다녀오시라고, 밥 해놓고 입원할 채비를 챙겨 오시라 하고 보내드렸다.

한참 후에 할머니를 병원에 데려다 주고 간 보호자가 와서 할머니를 찾기에 집에 다녀오시라고 보내드렸다고 했더니 어제 상급병원에도 입원했다가 그렇게 도망나가셨다고, 병원에 입원하기 싫어서 그런거라고 왜 보내드렸느냐고 우리를 탓하더니 한참 후에 할머니를 다시 모시고 오셨다.

알고보니 손자를 돌봐야 한다는 말도 병원을 벗어나기 위한 거짓말이었고 많이 다치셨고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일 수 있는데도 병원이 싫어 도망을 가셨다는 거라.

보호자는 할머니를 모시고 병실에 올라가 환자복으로 갈아입히고 난 후에 옷과 집 열쇠를 가지고 간호사실로 내려오셨다. 감추지 않으면 옷 갈아입고 나가신다고. 숨겨놓으라고. 이런 황당한 부탁이라니.

선녀 할머니가 우리 병원에 입원하셨다. 병이 나을 때까지 선녀옷을 숨겨두어야지. 꼭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