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일기
듀티
little tree
2016. 11. 10. 21:08
2주짜리 듀티가 한 주가 지나고 바뀌었다. 수목금 이브닝, 토일 투오프였는데 수 미드, 목 오프, 금 미드, 토 데이로.
미드 근무는 10시간, 데이는 8시간 30분, 이브닝은 7시간이다. 제일 긴 미드 근무만 주구장창 하다가 짧은 근무로 넘어가게 되어 좋은 맘, 약속 잡기 어려워 불편한 맘 공존했는데 다시 전처럼 주로 미드 근무로 돌아갔다. 아마도 수샘이 미국 다녀오는 3개월은 그대로 유지될 것 같다.
엊그제 만난 영우는 근무시간이 조금 길어도 미드 근무가 건강에는 더 낫다고 했다. 오늘 인터넷에도 3교대 근무자, 야간 근무자의 암 발병에 대한 기사가 났다. 맞는 말일거다.
로컬은 근무시간이 긴데다가 토요일 오전근무하는 경우가 많고 병동은 3교대이긴 해도 근무시간이 짧고 오프도 많다. 3교대 안하는 로컬이 좋은데 시간과 오프에서 맘에 안들어 병동으로 왔는데 미드 근무만 한다면 로컬과 병동의 좋은 점만 있으니 나쁘지 않다. 다만, 언제까지나 이렇지는 않을 거고. 일단 일년 지나보고 그때 선택하는 것이 내게는 좋은 방법일거다.
듀티가 바뀌어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1박 2일은 물건너 갔다. 사실은 핑계가 좋았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광화문에 나갈 생각인데 그 전에 정모에 간다고 해놔서 어떻게 말할까 고민하던 중 근무가 바뀌어서 간단하게 말할 수 있었다. 못갈 뻔한 초등 정모에는 갈 수 있게 되고.
인원부족에 수샘 미국행으로 근무시간이 길어질 것 같은 - 듀티상 이미 확실한 - 예감이다. 하루 일정이 얼마나 바쁘고 동동거리며 움직이는데, 그래서 얼마나 피곤한데 오프가 줄어들면 병이 나는게 아닐까 걱정스럽다. 병원 근무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다. 나를 위해서 뿐아니라 환자를 위해서도. 그런데 우리 병원 뿐 아니라 많은 병원, 어쩌면 대부분의 병원에서 신경쓰지 못하는 부분 같다. 바쁘니까. 인원이 부족하니까.
의미있는 일이고 봉사의 뜻도 가지고 있지만 나는 내 건강을 최우선에 둘 것이다. 희생과 봉사. 좋은 말이지만 나는 적당한 희생과 적당한 봉사를 할 생각이다. 그게 나와 환자를 모두 위하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