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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little tree 2017. 5. 20. 09:46

3월말 4월에는 죽을 것처럼 힘들었다. 1년을 채우는 5월말을 기다리며 버텼다고 할까. 그만두고 갈 곳이 많다는 거에 기대를 걸면서도 나이 때문에 과연 내 예상대로 될까 하는 염려도 하면서.

이제 컨디션은 많이 좋아진 편이다. 병원 일이야 달라질 거 하나 없지만 동생 면회갈 일이 끝났고 광화문나가는 일이 끝났으므로 그로 인한 피로는 사라졌다. 게다가 선거 결과가 내 뜻대로 되었으니 - 2, 3, 4위의 득표율마저도 내 마음대로 되었더라면 더 좋을 뻔했겠지만 - 정신적인 피로감도 많이 해소되었다.

6월 듀티를 언뜻 보니 무급휴가 중인 샘이 출근할 거 같고 그 샘이 미드를 많이 할 거 같아 내 듀티가 훨씬 편해질 것도 같다. 나이트 없이 데이와 이브로 근무하는 게 좋은데 아마도 6월은 그럴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시간을 좀 더 유용하게 쓸 수 있겠지. 책도 좀 읽고 블로그 글도 쓰고 둘레길도 가고.

이미 노화를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내맘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10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후 10년도 비교적 건강할 수는 있겠지만 내맘대로 돌아다니기는 힘들거다. 그리고 나면 그 후의 삶은 남에게 폐끼치지 않을까 염려해야 하는 시간들이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하면 일로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 아깝다.

좀더 여유가 있으면 일을 안해도 될까? 생각해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적당히 일하는게 딱 좋은데 그런 직장이 많지 않은게 문제. 간호 쪽의 인력부족은 고질적이라 할 수 있으니 대형병원 단순업무로 가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 오버타임 근무는 각오를 해야 한다. 좋은 방법은 집과 직장이 가까운 것인데 그게 쉽지 않다. 동네의 작은 병의원은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이 아니므로.

최악의 컨디션은 벗어났으므로 일단 관망을 하는거다. 한치 앞을 보지 말고 남은 인생을 보고 계산해야 하는데 머릿속이 복잡하다. 서울을 벗어나서 조금 한적하게 살고 싶은 생각도 있고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며 시간을 여유롭게 쓰고 싶은 생각도 있고 그러나 뭔가 결단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커서.

이래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 둘레길을 걷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데 오히려 더 많이 묵상하고 생각해야 하는 요즈음 둘레길 나가는 기회가 더 적다.

6월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