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유월
little tree
2017. 6. 1. 11:30
오뉴월이라고 묶어 표현하지만 오월과 유월은 느낌이 다르다.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이 딱맞다 싶게 아름답고 유월은 점점 건강해진다. 초록이 짙어지고 나무에 매달려 있는 귀여운 애벌레도 슬슬 징그러워진다.
둘레길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내 앞에 펼쳐진다. 진달래 개나리가 마음 설레게 하다가 연두빛 잎사귀가 가득해지고 라일락 향기에서 아카시아 향기로.. 아카시아 향기가 진동을 하면 나는 늘 아득한 옛날 중학교 교정을 떠올린다. 아카시아 향기가 가득했던 교정, 그즈음에 합창대회가 있었다. 그때 그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까.
그때 사랑했던 친구들과 아직도 관계를 유지하면서 가끔씩 소식전하며 더 가끔씩 만나기도 하는데 그 친구들을 떠올릴 때는 얼마전에 만났던 모습이 아니라 그 옛날 아카시아 향기 가득한 교정에 있던 그 모습을 떠올린다. 해마다 이때쯤은 그런 시간이 기억나고 그립다.
둘레길은 아카시아 꽃이 떨어져 밟혀 바스라진 꽃길이었다. 이제 유월에는 밤꽃이 많이 피겠지. 비릿한 밤꽃향은 좋은 향기로 인정할 수는 없지만 밤꽃향기를 맡으면 여름이 가깝다는 걸 느끼게 된다.
모처럼의 이브닝, 근무시간도 짧고 아침 시간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이브닝.
아침에 둘레길을 다녀오고 이제 앞 뒤 베란다문 다 열어놓은 시원한 거실 식탁에 앉아 책을 읽으려 한다. 오늘의 남은 자유시간은 지금부터 두 시간. 드립커피 한 잔 옆에 놓고 이 여유가 너무 행복해 글을 남기고 앞으로 남은 두 시간을 누려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