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일기
건강검진
little tree
2017. 8. 6. 13:48
사무직은 2년에 한 번, 그 외에는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하게 되어 있다.
작년 5월에는 자격증을 받기 위해 검진을 했고 올해는 직원 검진을 했다.
내가 공단에서 하는 검진을 받은 건 아마도 2014년이나 2015년이었을 것 같다. 생전 처음으로 검진을 하고 공단에서 해 주는 검진 외에 추가비용을 부담하면서 초음파 검사 등 어지간한 검사는 다 받았다. 위장 내에 작은 혹이 있고 갑상선에 물혹의 크기가 크다고 해서 소견서를 받아 메이저병원으로 가서 확인을 했다. 동네 검진병원에서는 하루 입원해서 위장 내 혹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떼어내는 게 좋겠다고 했으나 메이저병원에서는 두고 관찰하자고 했다. 나는 그 혹이 선천적으로,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거라 믿고 있다. 이전에 내시경을 한 적이 없으므로 전과 비교할 수 없어서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으나.
직원검진은 간단했다. 흉부 사진과 피검사, 단백뇨검사만 했다.
흉부 사진에 심장 옆에 음영이 보인다고 폐 씨티를 찍으라고 해서 찍었더니 폐에 문제는 없고 지방이 그렇게 보인 것 같다고 했고 초음파를 찍으라 해서 찍었더니 간에 지방간과 물혹이 보이고, 담낭에 폴립, 자궁에 물혹, 좌신장에 물혹, 우신장에 종양!!이 있다고 한다.
다른 건 별거 아닌데 우신장에 종양은 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3개월 후에 다시 검사하자고 한다.
예상밖으로 추가검사가 나오고 재검이 나오고 하니 크게 걱정되는 건 아니지만 신경이 쓰이긴 했다.
폐암 운운하며 폐씨티를 찍으라 하니 씨티실 앞에 대기해서 드는 생각이, 그래. 옛날 같으면 이만큼 살았으면 다 산 거지. 환갑에는 잔치를 하잖아? 하는 생각. 별이가 다 커서 드는 안심. 별이아빠는 어쩌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엄마는, 악상을 당한다 해도 슬픔이 깊지 않을 거고. 그닥 아쉬움도 억울함도 없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사는 게 복은 커녕 어쩌면 재앙일지도 모른다는 평소 생각도 내 마음이 담담한데 한몫 했을거다.
명쾌하게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종양 하나 외에는 크게 염려할 건 없고 늘 그래왔듯이 운동과 식이에 적당히 신경쓰며 살면 될거다. 종양은 3개월마다 혹은 6개월마다 확인하면 될거고 커지거나 문제가 되면 그때가서 대책을 세우면 될일.
스트레스도 크지 않은 편이고 술도 줄고 운동 시간은 줄었지만 그만큼 활동량이 많으니 육체적인 건강보다는 정신적, 영적 건강과 성숙에 관심을 가지면 되겠다.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감사하게 여기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모든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면 큰 어려움 없이 살다가 큰 고통없이 죽게 되겠지.
건강하게 살다가 모세 할아버지처럼 성성하게 죽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나 설령 아프다 해도 노화로 인한 현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