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일기

두 달

little tree 2018. 11. 18. 07:32




ㅅㅁ병원에 출근한지 오늘로 딱 두달이다.

날마다 그만둘까를 갈등하면서 다녔다.

동료들이 두 세달이 지나면 좀 나아질거라고 하는 말을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는데 정말 두 달이 지나니 조금 나아졌다.

그렇다고 물마실 시간, 화장실 갈 시간, 식사시간이 편하게 확보되는 것은 아니나 뭔가 미묘하게 변화가 생긴 거는 사실이다.

맨 처음 입사했을 때는 환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는 환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이동할 때 춥겠다 싶으면 이불을 끌어 덮어주기도 한다.

병동은 따뜻해도 영상의학과가 있는 1층은 바깥공기가 많이 드나들기 때문에 확실히 춥다.


무엇보다도 블로그에 들어와 일기를 쓰는 걸 보면 확실히 나아진 모양이다.


오늘, 내일은 투오프.

어제 아닌 오늘 새벽 2시가 되어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7시 전에 일어났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 이렇게 힘들 때 내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지만 그렇다고 수면시간이 많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잠자는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중간 중간 오프에 늦잠을 잘 수도 있고 피곤하면 아무래도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니까.


앞으로도 다니는 내내 그만둘까 하고 갈등하게 되겠지만 내게 제일 불리한 두 달을 채웠으므로 최소한 일년은 다녀야 손해가 적다. -.-

어딜가도, 어떤 일을 하더라도 병원은 다 바쁘다.

그걸, 소형병원, 중형병원, 대형병원을 다 다녀본 후에야 깨달았다.


동료들은 오가며 만날 때마다 서로 전날 바빴던 얘기, 혹은 당일 바쁜 얘기를 한다.

가만히 보니 서로 대화를 나누는게 아니라 서로 바빴다는 얘기를 일방적으로 할 뿐이다.

모두 비슷한 상황이고 누구나 바쁜 거였다.

나는, 동료들에게 바빴던 어제, 바쁜 오늘에 대해서 말하지 않기로 맘 먹었다.

특별한 게 없는, 나만의 얘기가 아니니까.


가끔 환자나 보호자들이 내게 많이 바빠보인다고 말을 건넬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대답한다.

"병원 사람은 누구나 다 바빠요~" 하고.


일만 해도 피곤하다.

말을 하는 것도 피곤하다. 

일을 하면서 말을 한다는게 얼마나 피곤한거냐.

꼭 해야 할 말만 하기로 다짐한다.


3시 퇴근이나 4시 30분 퇴근이 일상이었다.

두 달을 이삼일 앞둔, 그제부터 3시 30분쯤에 퇴근했다.

이제 조금 나아진게 맞기는 한 것 같다.

한가한 날은 없지만 특별히 더 바쁜 날도, 조금 덜 바쁜 날도 있다는 거.

될 수 있으면 일년은 버텨보자.


감사한 것은,

힘들어서 체중이 3킬로 이상 빠졌지만 퇴근하면 버틸만하다.

처음에는 잠잘 때 나도 모르게 작은 신음소리를 내곤 했는데 요즘은 그게 없어졌다.


남들도 그럴거다. 

다이어트 목표 체중은 절대로 이루기 힘든 꿈의 체중에 맞출 거다.

나는 다이어트 목표 체중을 이미 도달하고 더 빠지기 시작했다.

5백그람 최대 1킬로의 등락이 있기는 하나 목표 체중으로 굳히기를 하게 될 것 같다.

인풋보다 아웃풋이 많으니 체중은 줄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니 근육은 소실되고 유연성도 적어지는 느낌.

근육과 유연성을 지키기 위해, 혹은 키우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운동하기 어려운 계절의 문턱에 들어와 있다.

그래도 조금의 여유가 더 생길 것이고 그렇다면 근육운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매일 읽는 책 말고 새로운 책을 읽을 여유도 생기겠지.


바빠도, 힘들어도 보람있는 하루 하루를 지향해보자.

일과 삶을 조화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