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일기

한 해를 보내며

little tree 2018. 12. 31. 19:46

 

 

 

2018년 마지막날, 조용히 앉아 올 한 해를 돌아보고 싶었다.

요 며칠동안 생각했던 새해의 각오랄까 계획도 다시 한 번 다짐하고 싶었다.

그랬는데...

 

별이가 어제 축구를 하다 손가락을 다치는 바람에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도 정신없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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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 일이 많았던 2018년.

 

얼마전 파도를 만났을 때, 파도가 그런 말을 했다.

"너는(네 집은 이라는 뜻이었을 거다) 잘 된다?"

 

그 말을 듣고야 나는 깨달았다.

'맞다. 나는, 우리는, 우리집은 올해 모든 일들이 잘 풀려나가는구나. 친구가 알아줄 정도로..'

 

 

2018년 1월에 별이아빠가 재취업했다.

만 60세를 넘기며 정년퇴직을 했는데 한달 보름 쉬고 다시 또 직장을 얻은 것이다.

60세 정년퇴직을 한 직장에서의 경력을 밑천으로.

물론, 그만한 나이에 그만한 직장을 구하는 것은 정말 잘된 것이기는 하나 근무조건은 썩 좋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주52시간 근무로 전환하게 되어 근무시간이 짧아지고 자유로운 시간이 더 많아졌다.

급여는 당연히 줄었지만 우리에게는 줄어든 급여보다 넉넉해진 시간이 더 중요하고 소중하다.

정년퇴직 후 취직을 했는데 상황마저 좋아진, 게다가 해 왔던 일이고 근무강도조차 빡세지 않아 대만족.

최대한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거기에서 완전 퇴직하라고 말하고 있고 별이아빠 또한 그러기를 바라고 있다.

 

 

2018년 3월에는 별이도 취직했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아닌 작은 회사란다.

말없는 별이 덕에 내 검색실력만 늘어나서 별이가 지원한 회사와 보직, 위치까지 모두 찾아냈다.

정말, 채용공고와 아주 기본적인 것 외에는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정보가 별로 없다.

도대체 뭐지??

 

10개월을 다닌 지금, 회사는 사업영역을 확장해서 그때보다 더 바빠지고 직원도 좀더 늘어났다고 한다.

1월 중순에는 별이가 해외로 출장을 간댄다.

나도 별이아빠도 해외출장은 커녕 지방출장도 없는 직장생활만 해서 해외출장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기대가 있다.

우리 별이가 해외로 출장도 간다고? 하하하.

 

그닥 야망과 욕심 없는 별이가 소소하게 만족한 삶을 살기에 적당한 직장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남보다 한 시간 늦게 출근하는 것도 맘에 들고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 축구하고.

가끔 휴가를 내어 집에서 뒹굴기도 하고.

 

내 바램은 별이가 다니는 직장이 강소기업이 되기를. 꼭 그렇게 되기를.

그 직장이 돈만 밝히는 직장이 아니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직장이기를.

그리고 별이가 그 직장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만나고,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2018년 여름은 정말 덥고 힘들었다.

그 여름에 나는 건강이 나빠져서 얼굴에 생전 나지 않던 트러블이 잔뜩, 허리와 다리쪽으로 디스크 증상인듯 아프고 저렸다.

병의 원인은 여러가지겠으나 결정적으로 몸이 무리해서라 생각했는데 그즈음 병원이 인증준비를 하느라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직원에 대한 배려없음에 화가 나서 사직서를 내버렸고 8월말까지 겨우 다녀줬다. (선심) -.-

 

두어 달 푹 쉬면 좀 나을 거라 생각했고 그 후에 다시 직장을 찾아야지 맘 먹었다.

그랬는데, 우연히 본 채용공고에 원서를 넣었고 바로 출근하게 되었다.

몸은 안좋은데 쉴 계획을 망가뜨리면서까지 출근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나이트 근무가 없는 보직이라는 거(흔치 않다), 또 하나는 큰 병원이라는 거.

면접 당시 인사부장이 "급여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급여를 주겠다!"고 하더니

역시 그랬다.

급여 뿐 아니라 일의 양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처음 한 두 달은 수시로 '지금 때려치고 나갈까' 생각했고 '이렇게 일하다가 병나면 손해 아닌가' 생각했다.

석달이 지난 지금은 그런 생각들은 많이 사라졌지만 건강에 대한 염려는 아직도 남아 있다.

이 빡센 업무를 석달을 해내다니.

버티는 내 체력에 건배를! 날마다 힘주시는 나의 신께 감사를!!

 

 

별이를 키우면서 늘 유학까지만! 대학졸업까지만!

하고 말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내년 30살이 되도록 독립하지(시키지) 못했다.

부자 부모가 아니면 꿈도 못 꿀 일.

그러나 성인이 되면 부모에게서 떠나야 한다는 것을 성경을 통해 배웠기 때문에 늘 어떻게 독립을 시키나...가 고민이었다.

여름에, 행복주택 공고에 지원했다.

처음 행복주택 때 지원했었으나 떨어졌고 한동안 무심하게 지내다가 새로 나온 공고에 또 지원을 했다.

처음과 다르게 주택청약도 있어야 했고 뭐 이런 저런 달라진 것들이 있었다.

세 군데 지원했고 그 중 한군데가 서울이었는데...

총 경쟁률 96:1, 별이 전형분 경쟁률이 545:1 이라는 소리를 듣고 아예 기대도 안했는데 그곳이 됐다.

물론 6년 뿐이지만 새 아파트에 주변시세보다 훨씬 싼 보증금과 월세로 살 수가 있는 거다.

보증금을 최대치로 높여주면 월세가 줄어드니 그것도 맘에 들고.

 

그 즈음에 직장 근처로 독립하고 싶다고 해서 알아보니 방배동은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독립시켜줄 곳이 못되었는데 때마침 행복주택 당첨 소식이 온 거다.

물론 직장과는 멀다. 집에서 다니는 것보다는 15분 정도 줄어들기는 하지만.

그러나 직장근처로 가는 것만 목적이 아니고 부모로부터 독립도 목적이기 때문에 하나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는 터.

2018년 가을, 별이에게 자신만의 공간, 작은 아파트가 주어졌고 2019년 2월에 입주하게 된다.

큰 힘들이지 않고 원하는 대로 되어 참 감사하고, 그 보증금을 비빌 언덕으로 해서 별이가 더 키워가면 되겠지.

 

 

이렇게 올 한해를 돌아보니 감사한 일만 가득하다.

파도가 알아줄만도 하지...

 

 

어제밤, 근무중에 카드사용 문자메시지가 뜬다.

*병원 금액 XXX...

놀라 내 카드 소지자 별이에게 전화했더니 축구하다가 손가락이 꺾였단다.

 

반깁스 한게 불편했는지 밤에 풀어버리고 출근하면서 회사 근처 병원에 다시 가보겠다고 했는데 전화가 왔다.

인대를 많이 다친 것 같다고 강남성모병원으로 가보라고 소견서를 써줬단다.

그러나 큰 병원은 당일 진료가 안되는 법, 강남성모에 전화해보니 1월 20일 이후로 예약이 가능하댄다.

이럴 경우 응급실로 갈 수는 있으나 대형병원 응급실에 손가락 다친걸로 갔을 경우 겪는 일을 대충 알기에...

전문병원도 당일진료가 힘들고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

빨리 진료를 보는 것, 빨리 MRI를 찍는 것은 2차 병원이기는 하나 별이아빠가 근무하는 병원이 나을 것 같다.

역시나.

의사를 만나 성모병원으로 보내는 전원소견서를 보여주며 오래기다려야 해서 아빠가 다니는 이 병원으로 왔다고 했다.

아무래도 아빠가 일한다고 한마디 덧붙여서인지 다시 더 자세히, 별이도 우리도 이해가 가고 믿음이 가게 설명을 해준다.

젊은 의사, 얼핏보면 별이랑 별반 나이차이 나지 않을 것 같아보이는 의사가 참 맘에 들었다.

 

좋은 일만 있던 2018년 마지막에 큰 걱정이 생겼었는데 잘 풀렸다.

수술할 상황은 아니지만 3, 4개월은 아플 거라는 말에 그 정도임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플테고, 아픈거 지나면 쓰지말라는 손 쓰게 되고 완전히 나을 때까지는 한참 고생하고 신경쓰이겠지만 그러면서 몸의 소중함, 제대로 기능하는 것에 대한 감사를 깨달을 수 있을 거다.

 

 

2018년이 3시간 남았다.

오늘 밤은 송구영신예배에 참석하려고 한다.

감사하게도 오늘과 내일 오프라서 그게 가능하다.

 

다녀와서 자고 내일은 또 2019년 계획을 정리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