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일기

정기권 샀다

little tree 2019. 1. 3. 20:39

 

 

거창하게 나의 다짐을 공표까지 했으니 다른 때보다 좀 더 잘해야 할 이유도 생겼다..

피곤한 몸, 부족한 시간, 게을러지는 마음...

여러가지로 쉽지는 않을 것이나 해보는 거다.

첫날, 둘째날 오늘 셋째 날 모두 잘 했다. 작심 삼일은 했다.

 

시간을 잘 사용해볼 요량으로 전철 정기권을 오늘 구입했다.

충무로로 출근하는 내내 정기권을 썼다.

언제가 처음이었을까.

임신해서 배가 만삭이었을 때도 나는 전철을 타고 다녔는데 뱃속에 있던 별이가 올해 서른살이다.

최소한 삼십년이란 얘기다.

정기권은 참 좋다. 전철만 타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저렴하고 편하고.

 

의정부로 출근하면서 버스를 타다 보니 교통비가 두 배를 훌쩍 뛰어 넘는다.

정기권은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출퇴근길 빨간버스를 타고 다녔다.

버스를 타면 편하긴 하다.

앉아서 가게 되니 밤이 아니라면 바깥 경치도 감상할 수 있고 퇴근길 피곤한 몸 쉴 수도 있다.

운 좋으면 10여분 이상 시간이 단축되기도 하고.

나쁜 점이라면 냄새도 나고 답답하기도 하고 뒤에 앉으면 내릴 때 너무 멀고 앞쪽에 앉으면 기사들의 욕설과 경적소리를 듣게 되어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떤 기사는 자기가 좋아하는 라디오, 음악을 켜놓아서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고.

그래도 전철을 타자니 세 번을 갈아타야 하고 지하철이 아니라 지상철이라 요즘같은 때는 춥다. 마이 춥다.

이런 저런 장단점이 있는데 그래도 버스를 이용한 것은 조금 편한 것 때문이다.

 

책읽을 시간을 확보하자니 출퇴근 시간이 딱인데 버스를 타고는 책은 커녕 폰도 잘 못본다.

흔들리는 버스는 멀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30여년 이상 전철을 애용한 이유는 그런 불편함이 없어서다.

전철은 재미없는 책조차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어차피 꼼짝없이 앉아서 가는 시간이니까.

책을 읽거나 자거나. 그게 내 30여년 전철 출퇴근의 모습이었다.

 

그래, 그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자 싶어서 오늘 정기권을 샀다.

버스보다 좀 힘들겠지만 그것도 적응하면 괜찮아지겠지.

세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불편함과 배차간격이 좀 길어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꽤 된다는 거.

아쉬운 점도 많지만 책읽을 시간을 확보하려 전철로 다니기로 했다.

 

오늘은, 오늘로 봐서는 일단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