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le tree 2011. 5. 16. 12:59

이사를 끝냈다.

목요일에 세입자를 내보내고 금요일에 인테리어에 맡겨 도배, 장판공사를 끝낸 후 토요일에 들어왔다.

미아동에 있을 때는 상계동으로 돌아가는 것이 다시 깊숙히 처박히는 것 같아 싫기도 했지만 내가 원하는 집을 구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 들어오기로 결정했는데 일단 들어와보니 익숙해서 편하고 여행끝에 내 집에 돌아온 느낌마저 든다. 내가 소망하는 집을 구하는 것은 차후 가깝지 않은 미래로 미뤄두고 다시 정붙이고 살아야지.


이사하기 전에는 요즘 홈쇼핑에서 광고하는 락앤락 박스를 구입해서 전에 쓰던 박스랑 교체, 옷, 가방, 모자 등을 정리하고 사용하지 않는 이불은 압축해서 이불박스에 정리했다. 창고에 쌓아둘 요량으로 책들은 박스에 담아 포장해 두고 다시 입지 않을 것 같은 옷과 그릇 등 주방용품은 모두 재활용품으로 내다버렸다. 장식장 2개와 책장 1개를 버리려다가 장식장 1개는 남겨두고 대형폐기물 신고필증을 붙여서 내놓았다.

냉장고 안에는 음식이 거의 남지 않은 상태였는데 냉동실에 김치 한포기 남아 있던 것은 음식쓰레기로 버리고 이사짐센터 사람들 마실 물 2병과 포카리스웨트 2병, 종이컵 한 줄을 넣어두었다. 아마 주방쪽 포장하던 사람은 우리집 냉장고를 보고 속으로 놀랐을것이다. -.-

이사 당일, 평소보다 10분쯤 일찍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설겆이까지 끝낼 즈음에 이사짐 차가 도착해서 바로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틀 전 목요일, 세입자가 나갈 때 전세금 반환해주러 가보니 우리 짐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은 되는 것 같았는데 아마 우리처럼 이삿짐이 적고 자질구레한 짐이 없는 집은 없을 것이다. 덕분에 포장하는 시간도 짧아서 상계동에 도착하니 11시 반쯤 되었다.

점심먹고 12시 반쯤부터 사다리차로 이삿짐이 들어오고 2시쯤 되니 모두 옮겨져 자리를 잡았다. 내가 포장해 놓은 것은 내가 정리하겠다고 그냥 가시라고 했더니 미안해 하며 가는 느낌이 전해진다. 얼마나 신날까. ㅋ

장식장과 책장을 정리해보니 책을 얼마나 많이 처분했는지 여백이 다 생긴다. 헐렁~ 여백의 美. 그 여백이 채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사무실에 있는 책들을 가져다가 정리하면 또 답답해지겠지. 어쨌든 먼저 살 때보다 헐렁한게 여유가 있어보여 좋다.

가구나 살림살이의 위치 잡기는 참 쉽다. 먼저 살던 때를 생각하면서 그대로 놓으면 되니까. 안방의 침대만 이삿짐 아저씨의 조언에 따라 위치를 살짝 돌렸더니 훨씬 낫다. 무엇보다 커버 벗기고 씌우기가 쉬워져서 침대커버를 더 자주 세탁할 수 있겠다. 전에는 침대가 너무 크고 씌우는게 힘들어서 좀 미루었댔는데. 하하..

세입자들이 조명등을 모두 작고 길쭉한 형광등으로 바꾸어서 쓰고 원래 붙어 있던 등기구는 모두 베란다 창고에 보관을 해놓았다. 원래 붙어 있는 것이 더 나은 것 같아서 다 바꾸라고 했더니 거실 등은 인테리어에 얘기해서 새걸로 완전히 교체를 했고 주방과 식탁, 각 방의 등은 별이 아빠가 낑낑거리며 모두 바꿔 놓았다. 그랬는데!!!

전기공사를 끝내고 스위치를 넣으니 안방 등이 켜지지 않는다. 전구는 모두 새로 샀는데... 테스트를 해 보니 등기구 자체가 고장이 난거라. 그걸 사실대로 얘기했으면 이 고생을 안할텐데 세입자 덕분에 개고생을 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냥 쓰면 되는 걸 굳이 원래대로 바꿔달라는 내 말 때문에 개고생한 것이지.

새로 산 전구는 30시간 이내에 반품해야 된다고 해서 영수증이랑 전구랑 싸주고 별이아빠한테 가서 환불받아 오라고 하고 다시 세입자들이 쓰던 것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속으로 짜증이 좀 났을 듯. -.-;;

저녁 7시까지만 일하자고 했는데 9시가 넘어서야 일단 마무리, 청소기를 돌리고 손으로 걸레질을 했더니 무릎이 아픈 것이 멍이 들 것 같다. 12시에 점심먹고 4시쯤 하도 배가 고파서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9시가 넘어 뭘 해먹을 수도 없고 시켜먹을 수도 없어서 짜파게티를 끓였다. 흑.. 라면을 또 먹으면아침에 팅팅 부을 것이 염려가 되어서.

그동안 여러 번 이사를했고 이사할 때마다 별로 하는 일없는 것 같은데도 어찌나 피곤했던지. 이번에는 미리 준비하고 이사하고 나서도 또 정리하느라 다른 때보다 일은 더 많이 한 것 같은데 피곤하지는 않았다. 당일에 이사 나가고 이사 들어오고 하게 되면 시간이 촉박하고 시간 약속이 정확하게 지켜지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것이 피로감의 근원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아서 괜찮았던 모양이다. 아니면 체력이 좋아져서 이덩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