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더 높이..

little tree 2011. 5. 6. 09:35


(대동문에서 백운대 방향으로 가는 능선에 피어있는 진달래)

어린이가 없는 어린이날, 늦잠을 자고 일어나 별이아빠와 등산을 했다. 별이 아빠는 도봉산에 가고 싶어해서 도봉산을 갈까, 망월사를 갈까(ㅎㅎ) 잠깐 생각하다가 편한대로 북한산으로 가기로 하고 우이동 진달래능선을 따라올라갔다. 지난 주에 비가 오는 바람에 한 주를 건넜을 뿐인데그 사이에 진달래는 거의 다 떨어지고 연한 나뭇잎이 예쁘다. 초입을 지나 올라갈수록 진달래가 조금씩 보이더니 대동문이 가까워지자 능선을 따라 양지쪽에는 꽃이 다지고 오름길 오른쪽 음지에는 진달래가 아직 많이 피어 있다. 지난 번 오를 때는 양지에 많이 피고 음지에는 꽃봉오리만 맺혀 있더니.

대동문에 올라가니 내가 점심먹을 시간. 떡집에서 사온 쑥개떡을 한 팩 나눠먹은 후 백운대까지 가기로 하고 백운대 방향으로 걸었다. 능선이라 처음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는데 대동문에서 2.1키로를 걸어 잠깐 쉬고 올라가기 시작하는 0.9키로의 여정이 쉽지 않았다. 그다지 험하다고는 할 수 없는데 사람들이 어찌나 많이 다녔는지 바위가 닳고 닳아 미끄러워서 몇번씩 미끄러질 뻔하는 바람에 겁이 많이 났다. 백운대에서 쉬면서 인수봉을 바라보니 바위에 개미처럼 사람들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기에 길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줄에 매달려 있는 거라고. 암벽타고 오른다는 말이지. 대단한 사람들이다. 상계동 살 때 근처 공원에 인공암벽장이 있어서 연습하는 걸 본 적 있지만 눈으로 보기는 처음이었다. 직접 봤다고 해야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지만. 뭐, 줄에 매달려 있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생각하지 내 보기에는 바위틈에 길이 있어 길을 걸어가는가 싶었으니까.

주로 대동문까지만 다니기 때문에 물 한 병이면 충분해서 집 근처 마트에서 물을 두 병 사서 담아왔는데 여정이 길어지니 물이 부족하다. 다행히 백운대에서 좀 내려오니 백운산장이 있어서 물을 살 수 있었는데 한 병에 1,500원!! ㅋㅋ 돈 아낀다고 집근처에서 삼다수두 병을 740원에 샀는데 물 한 병이 딱 네 배의 값이다. 그래도 거기까지 물을 지고 올라와서 파는 노고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 물이라 한 방울도 남김 없이 먹어치웠다. 하하.

내려오는 길은 도선사 마당으로 내려서는 길이 짧은데 도선사에서부터 내려가는 아스팔트 내리막길이 싫어서 도선사로 내려오지 않고 둘레 능선을 구불구불 돌아서 인수봉 네파 할인매장 옆으로 내려왔다. 덕분에 시간은 이, 삼십분 이상 더 걸렸을 것 같다. 10시쯤 버스에서 내려서 올라 인수봉 네파 옆에 내려왔을 때가 3시가 다 되어서였으니 다섯시간 가까이 걸린 산행이었다. 전날 헬스에서 하체운동을 좀 했더니 하체가 무거웠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때보다 조금 힘든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제대로 운동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등산하기에 벌써 긴 팔, 긴 바지가 척척 감긴다. 다음 주에는 등산을 못할테고 그 다음주부터는 반팔과 반바지를 입어야겠다. 나시 등산티는 없나? 그것도 좋을 것 같은데. 한 번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