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엠티
근신하고 사색해야 할 시기에 놀러간다는 것이 마음 편치는 않았지만 일단 결정된 일이니 잊어버리고 즐겁게 보내기로 작정을 하고 미영이와 진수 차를 얻어타고 강화도로 들어갔다.
열 네 명의 친구들과 보낸 1박 2일은 재미있었다. 까페에 사진과 후기를 올리면서 주욱 훑어보니 흐트러진 모습 하나 없이 먹고 마시며 유쾌하게 대화하는 시간이었구나 싶다. 열 네 명의 친구가 모이는데 차는 열 한 대가 들어왔다. 에너지 절약의 잣대를 들이대면 미안한 일이지만 다들 사는 게 바쁘니 들어오는 시간이 다르고 나가는 시간이 다르고 방향이 달라서 차를 가지고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음주도 적게 하고, 가무도 없이 오로지 조근조근 나누는 대화로 이어진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밤을 새워가며 떠들며 논 것도 아니고 적당한 시간에 잠들고 아침에 일찍 깨어나서 출근하거나 일이 있는 친구들은 시간 맞춰 나가고 남은 친구들끼리 드라이브도 하고 석모도에 배타고 들어가서 보문사도 가고 다시 나와서 진달래로 유명하다는 고려산도 가는 등 아주 밀도있게 보낸 시간이었다. 친구들 덕분에 생전 처음으로 배타고 석모도에도 가보고 포근포근한 땅을 밟으며 고려산 진달래도 보고 마지막에는 강화 서산꽃게집에 들러 꽃게탕과 게장백반도 먹은.
준비해간 목살, 장어, 회 등 여러가지 음식의 양도 적당해서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많이 남아 버리지도 않았는데 술만은 적게 먹는 바람에 좀 남았다. 절제할 줄 아는 내 친구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서울을 벗어나 모처럼 하루 놀러가면 긴장이 풀려 어느정도 오버도 하고 나사가 풀리기도 하는데 그런 면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대단하다. 정말 내 친구들, 칭찬할 만하다.
미영이가 이번에 그런 말을 했다. 일년에 한 번 우리 친구들이랑 가는 모임에나 따라가야 바람도 쐬고 하룻밤 외박도 하고 수다도 떠는데 이 모임이 깨지면 자기는 그럴 기회가 전혀 없다고 오래오래 모임이 이어질 수 있도록 잘 지내자고. 연애하고 싶은 사람은 우리 모임의 좋은 분위기 망치지 않도록 다른데 가서 찾으라고.. 하하.. 그건 사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런 문제 없이 지금처럼, 이번 강화도 엠티에서 보여준 것처럼 절제하며 따뜻하게 모임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까지 몇 년 동안 내가 봐온 대로라면 분명히 그렇게 이어질 것이고 좋은 친구로 같이 바라보며 늙어갈 것이라고 믿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