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좋은 친구, 좋은 노래

little tree 2012. 5. 29. 10:29

미량 언니가 한국에 들어온 게 꼭 2년만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우리가 다같이 만난 것도 2년만이다. 그나마 기숙이와 화준이는 따로 한 번씩 만나긴 했지만. 사는게 왜 이렇게 바쁜지, 아니면 서로에 대한 관심이 딱 그 정도인지 우리 만남의 간격은 좁혀지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미량 언니에게 1년에 한번씩 들어오라고 했다. 하하..

이웃사촌이라는 한정식집에서 5시에 만나서 저녁을 먹고 두 대의 차에 나눠타고 의정부에 있는 무명으로 갔다. 내가 화준이에게 기타를 가져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 이웃사촌은 노래할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명에 도착하니 이미 해는 져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야외 좌석에는 7080 풍의 노래가 크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먼 곳으로 자리를 잡아도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우리끼리의 시간을 보낼 수가 없었다. 시간을 들이더라도 다시 이동하자며 가까운 바위소리로 갔다. 지난번 등산정모 후에 갔을 때 손님이 적고 덜 시끄러운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바위소리도 역시 까페이므로 야외 좌석으로 음악이 흐르는데 그나마 무명보다는 소리가 적고 가장 멀리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으면 그닥 방해받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티셔츠만 입고 나가려다가 가디건을 하나 걸치고 간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낮에는 더운 듯도 하더니 비가 잠깐 오고 날씨가 까실해지는 것 같아서 가디건을 입었는데 그것이 퍽 다행이었다. 밖에 티셔츠 차림으로 앉아 있기는 무리였다. 카페마다 무릎담요를 준비해 주더만 바위소리에는 그런 게 없었다. -.-;;


사진마다 한사람씩 빠지는 단체사진을 찍고 커피와 차를 시켜놓고 바로 화준이의 기타 반주에 맞춰서 노래를 시작했다. 디지털 치매를 앓고 있는 현대인답게 가사를 끝까지 기억하는 노래는 불과 몇 개 되지 않아 여러곡 부르지는 못했지만 분위기가 참 좋았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 놀았던가. 30년도 훨씬 더 전에... 지금 생각해보면 각박하지 않았고 마음의 여유도 있었고 적어도 부르고 싶은 노래의 가사는 모두 외워서 불렀는데. 그래서 그런가 그때처럼 노래를 부르는 순간은 여유롭고 평안했다. 세월이 흘러 머리에 서리가 앉기 시작했어도 마음은 여전히 그때 그대로. 갑자기 후두둑 비가오기 시작했는데 빗소리도 기타소리, 노래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경험하기 힘든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몇 곡의 노래를 부르고 레퍼토리가 다하여 모닥불 옆 따뜻한 좌석으로 자리를 옮겨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래된 친구들의 장점은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만날 때마다 편안하다는 것과 아름다운 시절을 함께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이리라. 그 시절 함께 했던궁금한 사람들을 검색해서 찾아보면서 스마트폰의 위력도 새삼 느껴보고...

모닥불에 감자를 굽고 음료수를또 시켜서 파실하게 구워진 감자를 나눠먹었다.5시에 만나서 여유도 있는데다가 다음날은 공휴일이라 마음이 편해 더 좋은 시간이었다. 노래를 많이 못한 아쉬움에 언니가 출국하기 전에 다시 한 번 만나기로 하고곡도 선곡하고 악보도 준비해서 아쉬움 없이 보내자고 하고는 차에 나누어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만남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아쉬움이 남는 이번 만남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친구가 있고 노래가 있고 주변에 자연이 있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