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302 - 요즘
2011. 3. 2 수 맑음
수, 목, 금, 토, 화... 일주일 중에 닷새를 여섯 개의 공연을 보면서 지냈다. 이렇게 날마다 공연을 보게 된 것은 공연을 보려고 작정해서가 아니라 좋은 공연은 가능하면 보려고 생각했는데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몰려서였다. 연극 두 편을 보았는데 다 좋았고 드럼켓은 색다른 분야라, 또 오디션은 보고 싶었던 공연이었고 미션은 비싸서 못 볼 공연이었으며 토요일에 본 요셉은 흔히 보기 어려운 기독교 공연이었기 때문에 꼭 보고 싶었다.
1월 14일부터 공연을 보기 시작했으니 한달 보름동안 14편을 보았다는 얘기가 된다. 영화도 좋고 공연도 좋은데 아무래도 되씹으며 생각하기에 책만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좋은, 기억해 둘만한 대사나 정보들이 휙휙 지나가게 되고 다시 돌려볼 수가 없으니 말이다. 책 같으면 읽다가 다시 앞부분을 들춰 보기도 하고 다 읽고 난 다음에도 훑어 보면서 되새길 수도 있는데 그런 면에서 차이가 큰 것 같다. 물론 영화의 엄청난 화면이나 배우들의 노래, 혹은 몸짓에서 전해져오는 감동 등 시각적 청각적 감동도 크지만 말이다. 하루를 혹은 며칠을 읽을 분량의 내용을 두어 시간 안에 녹여내자니 전하는 이들은 심사숙고해서 전하겠지만 받아들이는 관객 쪽에서는 휙휙 지나감으로 인해 놓치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제, 특급호텔 연극을 보면서도 내가 전하고자 하는 것들을 얼마나 받아들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책도 더 많이 더 열심히 읽어야겠고 공연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봐야겠다.
책을 읽는 것도 그렇다. 어제 홍수에게 23가지 읽었냐고 물었더니 3개의 챕터를 읽은 후에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기로 했단다. 요즘 그 생각을 내가 하고 있었는데.. 책을 그냥 읽고 이해하고 지나가니 내것이 되지가 않는다. 완전히 이해하고 내것으로 만들어야 그것을 남에게 말할 줄 수도 있고 함께 그 부분에 대해 대화를 할 수 있는 건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읽기만 하는 방법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책을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를 공부하듯이 그렇게 공부해보고 싶었는데 홍수는 그것을 한다는 얘기가 아닌가. 나도 그런 좋은 모임을 하나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그런 팀에 끼어보는 것도 좋은데... 또 생각만 하다가 지나가고 말겠지. 그게 내 문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