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일기

110202 - 괜찮은 하루

little tree 2011. 2. 3. 08:30

2011. 2. 2 수 맑음

설 연휴 첫날. 전날 세시봉을 보고 잠든 시간이 아마 새벽1시가 훨씬 넘어서였을거다. 모처럼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니 10시가 다 되었다. 미루고 미루다가 읽으려고 작정한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기 시작했다. 별이아빠가 일어나면 티비를 켜기 때문에 책 읽기가 쉽지 않으므로 별이 아빠는 더 늦잠자도록 내버려두고.

지난번에 읽은 보통의 여행의 기술. 지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용이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생각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에세이라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그의 책 불안은 표지에 쓰여진 문구도 그렇고 책 제목도 그렇고 읽기에 조금은 부담스러울 것 같아 미뤄둔 것인데 읽기 시작하고 보니 책이 참 좋다. 연필을 들고 밑줄을 그어가면서 읽는 모처럼만의 정독.

별이아빠가 일어나 티비를 켰는데 비엔나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를 해준다. 오, 채널돌리지마!! 하고는 신년음악회를 시청했다. 주로 요한스트라우스 2세의 음악이었고 1세의 음악도 나왔고 리스트의 음악 등등.. 가볍고 경쾌한 곡들과 발레곡들이 많았다. 보여주기 위한 발레화면도 넣어서 좋았다. 우연하게 좋은 프로그램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는 밥 먹으며 티비도 보고 오후 3시가 지나서는 사장님댁에 다녀왔다. 준비한 설 선물을 드리고 김치통에 김치를 반통쯤 가지고 왔다. 짜지 않고 맛이 괜찮다. 짜지 않아 그런지 별이아빠 입에는 시었다고 한다. 난 딱 좋은데.. 집에 돌아와 밥을 챙겨 먹고 별이아빠 교회로 떠밀어내고 또 책을 읽었다. 연필로 밑줄을 그으면서, 수시로 목차를 다시 펼쳐보면서 내 머리속에 플로우챠트를 입력시키려고 노력했는데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내 머리속에 남아 있어줄른지.. -.-

한시간 반이 채 지나지 않아 별이아빠는 돌아오고 티비를 켰고 덕분에 나는 책을 덥고 침대에 누웠다. 앉은뱅이 상을 놓고 방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내가 누워서 티비를 본다는 건 그냥 잠자겠다는 이야기이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누우면 바로 잠들어버리니까. 운동을 갈까 생각도 했지만 오랫만에 기분좋게 책도 읽고 신년음악회와 내가 좋아하는 남자의자격도 보고 밥도 두끼만 먹고... 꽤 괜찮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