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만들기...1
11월 초. M에게서 11월 19, 20일 강원도 설악과 동해안권으로 함께 여행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원래는 미국 이민 9년 8개월만에 찬호선배 부부가 한국에 나오면 시간되는 선배들과 다같이 제주도로 2박 3일 가자던 여행이었는데 찬호선배가 달포를 먼저 나오게 되어 급작시리 겨우 시간을 내어 잡은 일정이었다.
금요일 하루, 난 괜찮지만 별이아빠는 휴가를 내는 것도 그렇고 차 두 대로 움직이는 것이 재미도 덜하고 부담도 되고 여러가지 형편이 여의치 않아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찬호선배와의 기회가 다시는 없을 것 같아 가기로 결정, 결국 M부부와 찬호선배 부부, 나, 이렇게 다섯이 함께하는 여행이 되었다.
11월 19일 금요일 아침 10시 반에 M의 집으로 가서 차를 타고 종암동에서 찬호선배와 예진엄마를 태우고 출발했다. 앞에 남자 둘, 뒤에 여자 셋. 편안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차가 오피러스라 괴로운 정도는 아니었고 금요일 오전 출발이라 차막힘도 별로 없었다. 처음 가는 길이기도 하거니와 원래 차를 타고 다녀도 길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서 다녀온 지금 어느길로 갔다가 어느길로 왔는지 알지 못해서 글로 쓸 수가 없다.
가는 길, 점심은 황태구이정식, 산채정식을 먹었는데 그 주변에 황태덕장이 많았다. 가는 길에 배고파서 대충 차가 많이 있는 식당에 들어갔던 터라 맛은 특별히 좋다고 할 수는 없고 식당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의 식당이었다. 친구들 덕에 속초에 두 번 가본 적이 있어서 울산바위 밑에서 찍은 사진이 있는데 이날도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하는 포토존에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날이 흐려서 사진이 좋지 않다.
바로 달려간 곳은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중...
케이블카에서 내려 좀 걸어올랐더니 바위로 된 넓은 터가 나오고 사방으로 첩첩 산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아, 내가 다닌 산은 이런 산이 하나도 없었는데... 정말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설악산에 처음 와봤다고 했더니 찬호선배도 설악산이 처음이란다. 고등학교 때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왔는데 수학여행비가 부담되어서 부모님께 말도 하지 않았다고... 그랬지, 찬호선배가 그랬었지. 갑자기 찬호선배랑 내가 불쌍해졌다. -.-;;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내려와 간 곳은 몇 년 전에 불에 탔다는 낙산사. 결혼한 그 해였던가 그 다음 해였던가, 여름 휴가로 별이아빠랑 둘이 해수욕장에 갔다가 낙산사에 간 적이 있었다. 내려다 보이는 바닷물은 맑고 잔잔했다.
낙산사에서 출발해서 저녁을 먹으러 간 곳은 주문진 항. 거의 파장분위기인 작은 어시장을 구경했는데 지금보니 사진을 찍지 않았다. 이런.. 요즘이 도루묵 철인지 도루묵이 많았고 시장바닥에 내팽개쳐진 문어는 먹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 근처에 횟집 주인이 삐끼하러 나오셔서 그분을 따라가 도미와 우럭, 복어회를 시켰더니 찬호선배가 좋아하는 오징어회가 서비스로 나왔다.
오징어회를 부지런히 먹고 난 찬호선배 曰 "서비스 다 먹었으니 이제 가자~!" 먹는 것만 나오면 정신을 못차리는 건지... 꼭 메인메뉴를 사진에 담지 못한다. 이날 저녁 음식사진도 저것 하나 뿐이다. -.-
저녁을 먹고 숙소인 용평리조트로 출발하니 이미 날은 저물어 사방이 깜깜해졌는데 서울 같으면 아직도 초저녁인 시간. 익숙하지 않은 곳이라서 그런지 마음이 좀 불안하기도 하고 빨리 집에 가야할 것 같은 생각도 들고...
드디어 용평리조트에 도착. 조명 때문인지 아늑해 보이기도 하고 이국적인 느낌도 든다. 숙소에 들어가 보니 42평형이라 그런가 꽤 넓다. 여럿이 오게 될 줄 알고 큰 걸 예약했다는데... 함께 하지 못한 선배들이 아쉽다.
과일 먹으면서 아시안게임도 보고 수다도 떨고 이제는 나이탓인지 새벽까지 수다떨기는 어려운 것 같다. 어쩌면 구성원이 덜 수다스러워서였는지도 모르지만. 12시가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