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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40 - 내말 좀 들어봐

little tree 2010. 10. 26. 09:25



 

내말 좀 들어봐

 

줄리언 반스 장편소설 / 신재실 옮김

열린책들 / 2005년 4월 초판 / 350면

 

이 책의 주인공은 세 사람, 등장인물도 세 사람이다. (아 간혹 엑스트라도 나온다.) 스튜어트, 질리언. 올리버. 이 세 사람은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독자인) 당신에게 하소연할 뿐이다.

스튜어트는 뚱뚱하고 멋대가리 없는 은행원, 끼와 재치를 자랑한다는(정말?) 올리버는 스튜어트의 절친, 질리언은 스튜어트가 늘 붙어다니던 올리버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여행갔었나? 갸우뚱~) 새롭게 만난 애인이다. 스튜어트가 올리버와 늘 함께 다녔듯 질리언을 만난 후에도 그들 셋은 대부분 함께 지냈다. 질리언과 스튜어트가 결혼식을 하는 그 순간 올리버는 질리언에게 반하고 -.-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스튜어트와 질리언을 마중나가면서부터 올리버의 질리언에 대한 구애가 시작된다.

아아... 결국 질리언은 스튜어트와 이혼을 하고 올리버와 다시 결혼을 한다.

스튜어트는 미국으로 떠나고, 올리버와 질리언은 내 친구가 한 때 살았던 (그래서 책을 읽으며 반가웠던) 뚤루즈에 정착한다. 스튜어트와의 짧은 결혼생활에 비해 올리버와 질리언은 아이를 낳고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다가 스튜어트가 올리버와 질리언을 찾아서 뚤루즈로 휴가를 오는데.. 막상 그들 앞에 나서지는 못하고 근처에 방을 구해 그 부부의 일상을 엿본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질리언이 올리버와 크게 부부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온동네 떠나갈듯..) 스튜어트는 만족하며 그들을 떠나고 그 부부도 그 동네를 떠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결혼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혼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랑이란 것이 정말 존재하는걸까. 이 책을 보면, 또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면 정말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혼이 일상다반사가 되어버린 시대에 결혼에 대해, 이혼에 대해,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책 중에서 -------------------------

1.

질리언 :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 내가 당신이래도 다소 석연치 않게 여겼을 거야. 하지만 이것만은 말해 두고 싶어. 내가 선택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건 아니란 거야. 난 이것저것 농간을 부리지도 않았고, 갑자기 스튜어트보다는 올리버가 <더 괜찮은 거래>나 뭐 그런 어떤 거라고 결론지은 것도 아냐. 그건 우연히 그렇게 된 거야. 난 스튜어트와 결혼했는데, 그 다음 올리버에게 반해 버렸어. 이 일로 기분이 좋은 것도 아냐. 어느 정도는 못마땅하기도 하니까. 그냥 일이 그렇게 된 거야.

2.

스튜어트 : 난 질리언을 사랑했다. 내 사랑은 그녀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었다. 놈은 그걸 지켜보고 있었다. 자기 인생을 망쳐 버리자, 놈은 내 인생을 훔쳐 간 것이다. 공든 탑은 <체펠린 공습>으로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질리언 : 난 스튜어트를 사랑했어. 그리고 이제 올리버를 사랑해. 모두가 상처를 입었어. 물론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 당신 같으면 어떻게 했겠어?

올리버 : 오 하느님, 가엾고 늙은 올리, 목까지 똥 속에 빠져 있으니 황혼녘처럼 쓸쓸하고, 너무도 답답하고, 너무도 우울하다.. 아니다. 사실은 그런 생각을 하진 않는다. 내 생각은 이렇다. 나는 질리언을 사랑하고,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 그게 출발점이고, 모든 게 여기서 시작한다. 나는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사랑은 시장 기능에 따라 움직인다. 이점을 나는 스튜어트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는데 뜻대로 되진 않은 것 같다. 어쨌든 그 친구가 이런 사실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거라고는 거의 기대할 수 없었다. 한 사람의 행복은 흔히 다른 사람의 불행 위에 새워지는데,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법이다. 세상은 냉혹하고, 하필이면 그게 스튜어트 일 수밖에 없어서 엄청 유감스럽다. 어쩌면 친구 하나를, 가장 오랜 친구를 잃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후략 -

결혼도 별 거 아니고 이혼도 별 거 아니고 사랑도 별 거 아니더라. 사는 게 모두 그렇고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