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613 - 주말
2010. 6. 13 일 일찍부터 갬.
어제는 비가 많이, 종일토록 왔다. 새벽에 내리는 빗소리에 잠이 여러번 깼는데 그동안 더워서였는지 우울한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비오면 안된다는 친구가 생각이 나서 신경이 쓰였다.비는 종일조금 덜하다가 다시 강해지고를 반복하면서 많이 내렸다.
점심은 엄마, 아빠, 이모와 같이 먹었다. 별이 입대를 앞두고 엄마랑 이모가 교대로 전화를 해대는 통에.. 전날 사인사색이 별이 맛있는 거 사주라고 준 봉투로 점심값을 계산하고 어른들 모셔다 드리고 하나로 마트로 가는데 길이 얼마나 막히는지 돈암동에서 창동까지 한 시간이 걸렸다. 마트에서도 주차하기도 힘들고 사람도 많고 비가 많이 와서 주차장은 온통 습하고... 부지런히 장을 보고 별이 좋아하는 꽃게를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도 온통 꽉꽉 막혔다. 월드컵 우리나라 경기가 8시 반이라 사람들이 그 전에 모든 볼일들 끝내려고 작정을 하고 돌아다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중요한 경기,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경기는 보면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기 때문에 집중해서 보지는 않지만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이긴 덕에 기분좋게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오늘은 1부 예배를 드리고 봉사를 끝내고 정말 오랜만에 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집에 오자마자 밥을 하고 된장찌개를 끓이고 꽃게를 쪘다. 급한 마음에 우선 씻어서 찜통에 바르게 올려놓고 까스불을 켜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게를 뒤집어서 쪄야 한단다. -.- 뒤집을까 생각하며 계속 읽어보니 중간에는 뚜껑을 열지 말라고... 아이고..
그래도 꽃게는 맛있다. 꽃게의 가치를 잘 모르는 사람은 별이아빠 뿐이다. 열심히 발라서 별이를 먹이고 나도 먹고. 식사를 끝내고 보니 테이블 위가 엉망진창이다. 테이블은 그냥 놔두고 과일을 깎아서 티비앞에서 먹고 있는데 M의 아내에게서 전화가 온다. 지금 출발하는데 우리집에 오겠다고. 별이 군대가기 전에 밥이라도 같이 먹자고. 별이가 저녁 약속이 있다고 하니까 그냥 들려서 얼굴이라도 보겠다고 한다. 집안은 엉망인데, 아이고...
되는대로 지 뭐.. 테이블을 정리하고 설겆이를 하고 과일을 깎는데 M부부가 도착했다. 별이가 나와서 인사를 하고 쥬스와 과일을 먹으며 얘기를 했다. 아니, 먹기 전에 M이 별이를 위해 기도를 해주었다. 나는 지현이 입대할 때 신경써주지 않았는데.. 그냥 다들 가는 군대라 생각하고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난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찾아와주고 기도해주고 별이 용돈까지 주니 우리는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 더하여 부담스러운 마음까지 든다. M의 순수한 의도를 알면서도...
임원이 되니 물까지 회사에서 준다고 하더니 물을 한 박스 가지고 왔다. 거기다가 어제 회사에서 행사가 있어서 등산티셔츠를 하나 받았는데 사이즈가 작다고 별이아빠 입으라고 가져오고... 하하. 가면서는 배웅하는 별이에게 나중에 면회가겠다고 몇번씩 다짐을 한다. 아마도 말처럼 면회갈 때 같이 가게 될 것이다. 인사로 하는 말이 아닐 것이므로...
별이는 방금 친구만나러 나갔다. 요즘은 매일 여자친구만 만나는 것 같다. 일찍 들어오는 걸 보면. 처음 사귄 여자친구와는 다르게 조금 어른스러운 면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친구는. 여자친구 때문에 마음 아프겠지. 부모는 언제나 늘 있는 곳에서 저만 바라보니까 아쉬움이 없겠지만 여자친구는그렇지 않으므로 아쉽겠지. 살면서 여러가지 경험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성숙해지고 지혜도 자랄 것이다.
많이 섭섭하겠지만, 보고싶겠지만 그래도 별이에 대한 믿음은 있다.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돌아올 것이라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독립적이고 조금은 더 강한 편이라 잘 해낼 것이다.
별이 K가 보고싶다고 했는데 만나게 해 주지 못한게 좀 미안하다. 우리와 K와의 상황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차일피일 미루다가 못보는 것으로 여기게 흘러가 버렸다. 나중에라도 만나고 싶어하면 별이에게 직접 찾아가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