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일기

100605 - 아침 등산

little tree 2010. 6. 6. 15:03

2010. 6.5 토 맑음

예정보다 30분 늦은 7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한 이유는 열쇠를 찾지 못해서였다. 집에 들어가면 습관적으로 열쇠놓는 곳에 열쇠가 없었다. 별이아빠는 대문에 꽂아놓고 들어온 거 아니냐,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안나냐 물었지만 집을 나설 때는 문을 잠그는 것처럼 문을 따고 들어와서 열쇠를 두는 것은 생각하고 하는 일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하는 일. 찾다 못찾고 결국 그냥 출발한 것이 7시 30분이었고 4.19탑에 내려서 늘 다니는 백련사를 지나 대동문에 올랐다.

해는 이미 일찌감치 떠서 날은 화창하지만 그래도 한낮의 태양처럼 뜨겁지는 않았다. 몇 주만에 들어서는 북한산. 이미 평지는, 야산은 아카시아가 모두 져서 향기조차 옅어져 버렸지만 산의 아카시아에는 시들어 가고는 있어도 향기가 아직도 남아 있다. 사람도 적고 태양도 견딜만하고... 다음부터는 조금 더 일찍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무리 일찍 출발한다 해도 내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에 나오는 것처럼 새벽에 깨어나는 산을 느껴볼 수는 없겠지.

벌레, 날것들 때문에 산이 싫었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나를 귀찮게 하는 날벌레들도 참아줄 만하고 가끔씩 향기롭지 못한 냄새들도 이해할 만하다. 내가 산 속으로 한 발 한 발 딛고 들어선다는, 자연과 조금씩 조금씩 더 친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산처럼, 나무처럼, 풀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동화되면서 흘러갔으면 좋겠다,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