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강행군 ..... 2
하춘화 효 콘서트
전날밤에 이모가 전화를 하셨다. 성남아트센터에서 하는 하춘화 효 콘서트 티켓이 두 장이 있는데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이 대목에서 내가 관심없는 가수라 가고 싶지 않다덩가, 시간이 없어서 갈 수 없다덩가 아니면 그 외의 어떤 이유를 달아 갈 수 없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이모도 가지 말라는 얘기가 된다. 이모는 모르는 게 없이 똑똑한 (척하는^^ - 우리 엄마 말쌈..) 분이지만 길치에 방향치라 당신의 친정도 헤매지 않고 찾아가 본 적이 없으신 분이시다. 하하
돈암동에서 성남은 아마도 한국에서 알제리 쯤으로 여겨질텐데 혼자서는, 혹은 언니인 우리 엄마와는 절대!! 찾아갈 수 없음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에 흔쾌히 (속마음은 덜 흔쾌히. ㅎㅎ) 가겠다고 대답했었다.
이모와 지하철에서 만나 4호선, 3호선, 분당선을 갈아타고 지칠 때 쯤에 지하철을 내려서 10여분 걸어 도착한 성남아트센터. 이곳에서도 좋은 공연을 꽤 하기 때문에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발걸음 하기는 생전 처음. 4시 반쯤에 집에서 나왔는데 아트센터에 도착하기는 6시 15분쯤 되었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시간은 넉넉지 않고, 둘러보니 로비 한쪽에서 샌드위치와 음료를 판매하고 있었다. 샌드위치와 음료를 사서 먹고 시간이 남길래 사진이나 한 장 찍자고 나가서 좀 내려갔더니 아래층에 식당이 있는 거다. -.- 아이고... 좀 더 찾아볼 것을 싶었지만 이미 늦은..
꽃 앞에서 이모 사진 두어 장 찍어드리고 처음 온 기념으로 아트센터 사진 두어 장 찍고 다시 들어왔다.
좌석을 보니 로얄석인데 맨 앞줄 정가운데에서 약간 우측. 이쯤은 되어야 콘서트에 온 보람이 있지~ ㅎㅎ 둘러보니 연세드신 분들이 많다. 아마도 어버이날이라고 자녀들이 표를 구입해서 보내드린 모양이다. 머, 콘서트 이름도 그래서 효 콘서트겠지.
공연 중간쯤에 하춘화가 옛날에 자기가 영화찍은 적이 있는데 그때 같이 연기한 자기의 이상형이라면서 소개한 사람이 바로 현 성남시장이었다. 냄새가 난다, 냄새가.. -.- 그 호화청사 지어서 물의를 일으켰던 성남시장이 선거를 앞두고 왜?? 아마도 관객 중에는 성남시에 거주하는 부녀회라던가 무슨무슨 회 회원도 꽤 될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쨌든 맨 앞에서 하춘화의 커다란 눈과 마주치며 보는 공연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든 아니든 내가 좋아하는 장르든 아니든 좋은 경험이었다. 특별히 꽁짜!!니까~ ^^ 함께 노래부르기를 청해서 또 옛날노래 잘 아는 나는 열씸히 따라 불러주었고.. 아, 내가 가끔 가는 조용필콘서트는 그냥 끝나본 적이 없는데 이 하춘화 공연은 앵콜이 없는거다. 관객의 성향이 그런 모양이다. 앵콜을 외치는 이 아무도 없이 그냥 끝났고 막이 내려가니 관객들이 우르르 일어선다.
뭐, 우리야 먼 길에 앵콜 없어서 더 다행이긴 했지만 왠지 가수가 섭섭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걸어 나오는데 이모는 자꾸만 내 눈치를 본다. 조영남이나 인순이나 패티김이었으면 좋았을텐데, 별로 관심없는 가수의 콘서트를 보느라 고생했다는..ㅎㅎ 이모를 위해서 와 줬다고 이모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워낙 먼 길이라 미안했던 모양이다.
"무슨 그런... 잘 왔고 재밌었어. 내가 이런 공연을 돈 내고 볼 수 있겠어?" 말씀드렸다. 내가 그런 공연을 돈 내고 볼 일이 있겠어? 공짜니까 그 덕에 내가 돈내고 볼 수 없는 공연을 다 봤지~ ㅎㅎ 저녁먹은 것이 부실했지만 시간도 늦고 이모나 나나 다이어트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라 그냥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는 그 먼 곳까지 그 가수 콘서트 보러 가느냐고 툴툴거리는, 속모르는 별이아빠에게 왜 내가 그곳을 다녀왔는지 얘기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