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21 - 모교회
2010. 2. 21 일 맑음
지난 설날아침 가족예배 때 아빠 엄마가 광고한 대로 오늘은 모교회의 행사.
설날도 몇 번씩 말씀하시더니 어제도 전화를 두 번이나 하고 오늘 낮에도 전화를 했다.
별이 아빠는 가고 싶지 않다고 하는데...
명절에 시골가듯이 효도차원에서라도 갔다와야겠다고 했더니 나중에야 같이 가겠다고 한다.
7시 행사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사람들과 여유있게 인사하려고 맘먹고 있는데
별이 아빠는 행사시간에 빠듯하게 맞추어 가서 끝나면 바로 오겠다고,
사람들과 인사하는 것이 부담된다고 하면서 시간을 끈다.
그럴 거면 뭐하러 가느냐고, 맘이 좀 불편하더라도 일찍 가서 얼굴보고 인사하는게 맞다고 하면서 택시를 타고 갔다.
도착하니 우리를 반기는 보고싶었던 얼굴들, 그러나 불편한 마음.
어른들 모두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며 다시 돌아오라고 한다.
재용, 정국, 형원선배, 그리고 비교적 가까이 지내던 많은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교회에 들어갔다.
두 시간 반 정도행사동안 나는 힘들었다.
딱딱한 회의용 의자에 앉아 있기가 힘이 들었고 건물이 완공이 되지 않아서 난방이 되지 않아 추웠다.
끝나고 일어나 나오자니 무릎이 아프고 허리도 아팠다.
형원 선배는 그냥 집으로 돌아가고 재용, 정국 선배 부부와 주영이 주희 다같이 쌍문동으로 차를 마시러 갔다.
정국선배, 여전히 돌아오라고, 항존직이 어디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느냐고 계속 말한다. 아, 듣기 싫어.
가끔 다니러 오고 싶어도 그 소리 듣기 부담스러워 못오겠으니 그 말좀 안하면 안되겠느냐고 했다.
안할 수 없는 말이고 안들을 수 없는 말이겠지. 죽을 때까지 듣게 될지도 모를 말...
명절에 고향을 찾듯 특별한 때에 부모님이 계신 교회, 내 모교회에 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은데
우리를 보는 어른들, 혹은 선후배들의 돌아오라는 소리가 부담이 되어서 갈 수가 없다.
어쨌든, 우리가 어느곳에서 어느 교회를 다니든 그곳은 내 모교회,
내 부모님이 평생을 섬기고 있고 또 최후를 맞을 교회.
나는 그곳을 모른척 할 수도 없고 잊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다 해도.
건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 우리에게 평생 부담이 될 것이다.
나오고 나서도 건축헌금을 드리면서, 또 요즘 건축헌금에 대한 부담을 갖고 준비를 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것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 하나님이 기뻐하실까. 어쩌면 나를 위해 하는 일은 아닐까.
그랬는데 오늘 다녀오고 나니 어쨌든 생각했던 대로 해야겠다는 결심이 선다.
잘 하는 일이 아닐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