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일기

120111 - 오랜만에 쓰는 일기

little tree 2012. 1. 11. 20:53

2012. 1. 11 수요일

1.

혜숙에게서 연락이 왔다. 은주랑 밥 한번 먹고 싶었는데 연락해본다고, 함께 하지 않겠느냐고. 글쎄.. 하고 말았는데 나중에 회식이라고 하더라며 다시 연락이 왔다. 느낌이 어떤가 물었더니 문자를 해서 모르겠다고.

죽고 못사는 사이도,다른 친구들보다더 특별한 사이도 아니지만 특별히 나쁜 감정도 없는데 이렇게아무말 없이 단절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고 당장 만나서 무슨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아니어쩌면 시간이 많이 흘러버리면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의미가 없어질지도 모르는데. 어떤 제스츄어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다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 발 내딛는 것도 물러서는 것도 꼼짝하기 싫은 지금 상황.그런데 이 상황이 딱히 불편하지도 않다. 기대를 버려서일 것이다. 잘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그게 내 생각인 것도 같다. 내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은주를,다른 친구를만날 생각을 안하는 것일게다.나는 그렇다 치고, 어느 누구도 지혜로운 친구가 없는 모양이다. 다들 나처럼 그렇게 동력없이 흘러가는 듯..

2.

오랜만에 정훈이와 P님, 셋이 점심을 같이 먹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P님이 내 친구들이 요즘 뜸하다는 뜻의 이야기를 한다. 아무 내색 하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감지한 모양이다. 그 둔감한 분도. 내 안에서 해석이 되지 않고 결론이 나지 않은 말을 다른 누구에게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늘 자랑하던 친구들이, 그 모임이 별거 아니었다고, 별볼일없는 거였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3.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는 중에 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주일에 한 번은 하더니 이제는 여유가 생겨서인지, 추운데 전화하러 나오기 귀찮아서인지 9일만에 전화였다. 춥기는 하지만 잘 지내는 것 같다. 흠뻑 감기 걸린 목소리가 좀 나아졌으니. 면회도 휴가도 이번달에는 예정이 없다고 한다. 당일 면회라도 되었으면 좋으련만. 설 연휴에 무작정 가면 면회가 되기는 할까.별이아빠가 설 연휴 내내 공부 좀 해야겠다고 했으니 같이 가보자고 할 수도 없고. 무작정 가는 것이 민폐만 아니라면야 혼자라도 갈 수 있는데 별이는 예정에 없는 경우에는 절대 오지 말라고 한다.

남은 석달에서 그래도 열흘은 지났네.

4.

나같으면 애시당초 포기했을 것 같은 시험 준비를 별이아빠는 묵묵히 하고 있다. 남들은 별거 아니랄 수 있겠지만 공부하는 책을 들춰 보니 나는 문제도 읽지 못하겠더라. 내가 읽지 못하는 걸 별이아빠가 읽을 리도 없을텐데.. 입안의 염증은 목까지 타고 넘어가고 원형탈모증 면적은 점점 더 넓어진다. 가장의 책임은 얼마나 무거운가. 옆에서 전혀 부담주지 않아도 스스로 느끼는 무게.

아 불쌍한 우리의 중년들이여.. 가장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