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늙어가기

little tree 2010. 2. 7. 09:49

늙는다는 것. 조금씩 늙어가는 것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여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늙어가는 것을 그냥 나이를 하나 둘 늘려가는 것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늙어가는 것은 마음속으로 하나 둘 세는 숫자가 아니라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이었다.

그걸 요즘 깨닫고 있다.

늙어가는, 변해가는 모습에 당황스럽다.

이 고비를 넘기면 조금 여유로워지려나.

남편은 본래 굵은 머리칼에 숱이 많은 사람이었다.

최근 와서 머리칼이 좀 가늘어지고 머리숱이 적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본인은 십 년 이상 나이를 깎아주는 사람들의 시선에 늘 만족하고 자랑스레 여기며 살아왔고

그 절정은31살이나 먹어서 결혼한 노총각이 결혼하고도 만 3년이 지나서 낳은 아들을 첫돌지나 목욕탕에 데리고 갔을 때,

사고쳐서 달고다니는 아들로 여겨준 주변의 고마운 시선..이었다. 하하.

스스로 거울을 보면서 느끼는 피부상태에 염려하면서 나도 바르지 않는 온갖 에센스, 크림류를 발라대는,

외모에 관심이 지대하신 분-.-;;이었는데 최근들어 자신의 모습이 많이 변한다는 것을눈치챈 것은 본인이 아니라 나였다.

탈모방지 한방 샴푸도 많이 나와있다는 것을 알았고 어떻게 쓰는지는 모르지만 박명수가 광고하는 흑채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효과가 있을까? 검색해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던 중

며칠 전에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을 보게 되었다. 꼭 일년 전 사진을.

그 사진 속 남편의 모습은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한 해 만에 많이 달라진 것이다.

한 해 동안 특별히 힘든 일도 없었는데 왜 그럴까...혼자 마음속으로만 우울한 감정을 갖고 있었는데...

엊그제 남편이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러 다녀왔다고 한다.

지난 면허증은 2종이었는데 신체검사 간단히 하고 1종으로 바꾸어 주더라고. 그것은 좋았는데.

가지고 간 5, 6년 전 사진을 내밀었더니 사진이 달라서 알아보기 힘들다고 다시 찍어오라고 했다 한다.

가까운 곳에 사진관이 있어서 찍으러 들어갔고

무심한 사진관 중노인은 옷 매무새 고칠 틈도 주지 않고 성의없이 두 방을 찍어서 고르라고 내밀더라나.

인화한 사진을 보고 본인이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마침 5, 6년 전 사진도 한 장 갖고 있었으니 비교가 확실하게 되었겠지.

머리숱도 줄어들고 얼굴도 달라지고..하하

누구나 그렇다. 거울을 보고는 자신이 얼만큼 변했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꼭 사진을 찍어서 봐야 살이 쪘는지 늙었는지 확실하게 분간이 된다.

사진을 보고 풀죽은 남편.

나도 남편이 변해가는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남편이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까지나내 앞에서 "다들 십 년은 깎아서 봐줘~" 하고 큰소리 빵빵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늙어가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닌 것 같다.